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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왕실 비자금 들여다 보다 발각

       


靑 이번엔 “UAE 관계 강화위해 임종석 파견”… 또 찔끔 해명

홍수영 기자 , 문병기 기자 , 박훈상 기자 입력 2017-12-20 03:00수정 2017-12-20 0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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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중후반 파트너십 약화돼… 정보교류 사업 국정원 차장 동행”
원전 관련 의혹 커지자 뒤늦게 공개 
여야, 임종석 불출석 운영위 충돌… 野 “왕실자금 들여다보다 발각說”
청와대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특사 방문에 대해 “양국 간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목적”이었다고 19일 밝혔다. 당초 해외 파병장병 격려차 방문했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다가 의혹이 확산되자 ‘찔끔 해명’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UAE는 중동의 전략적 랜드마크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엔 왕 또는 왕세제와 파트너십이 잘 이뤄졌으나 박근혜 정부 중후반부에 이르러서 파트너십이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전(前) 정부에서 끊어진 UAE와의 최고위급 채널 복원이 14년 만에 이뤄진 대통령비서실장 해외 특사 파견의 목적이었다는 얘기다. 청와대는 또 서동구 국가정보원 1차장의 동행에 대해 “정보 교류 사업도 포함돼 있어 동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회 정보위원회 자유한국당 간사인 이완영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서 차장에게 물으니 ‘(임 실장과) 같이 간 게 아니다. 정보기관 협력 차원에서 갔는데, 우연히 방문 기간이 일치해 동석하게 됐다’고 답하더라”고 전했다. 



야당이 제기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UAE의 우려 무마용’이라는 의혹도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 UAE 원전 사업에는 문제가 없다. 원전 사업에 대한 문제 제기로 임 실장이 방문했다는 것은 사실관계의 초기 진단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처음부터 특사 방문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청와대는 임 실장 출국 하루 뒤에야 특사 파견 사실을 공개하면서 “해외 파병장병 격려가 주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야권의 의혹 제기와 잇단 언론 보도에도 구체적인 해명 없이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임 실장이 UAE를 방문한 ‘진짜 이유’를 따지겠다며 자유한국당의 소집 요구로 19일 열린 국회 운영위는 시작부터 30분 동안 파행을 겪었다. 임 실장은 18∼21일 휴가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가 위원장석 옆에 서서 ‘일방적인 회의 소집’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박 원내수석은 “안건도 없는 회의를 뭐하려 하느냐. 의혹제기를 하려 회의를 열면 앞으로 찌라시(사설정보지) 내용마다 운영위를 소집할 것이냐”고 말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이 의사진행을 방해하라고 지시한 것이냐”고 맞받았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세간에는 문재인 정권이 정치보복을 위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뒤꽁무니를 캐다가 심지어 UAE 왕실자금까지 들여다보다 발각됐다는 의혹이 있다”고도 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운영위 소집에 응하지 않음으로써 이 의혹을 덮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문병기·박훈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