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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중국 관변학자들 '북핵 현실론'...文정부 최악 대비해야

       


[광화문에서/윤완준]중국 관변학자들도 ‘북핵 현실론’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입력 2018-02-09 03:00수정 2018-02-09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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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7일 밤늦게 방영된 관영 중국중앙(CC)TV 환추스셴(環球視線·글로벌시선) 프로그램에 출연한 중국 관변학자 2명이 흥미를 끌었다. 중국 외교부 산하 중국국제문제연구원 롼쭝쩌(阮宗澤) 부원장, 국제문제연구원 국제전략연구소 쑤샤오후이(蘇曉暉) 부소장.

평창 겨울올림픽의 남북 긴장 완화가 비핵화 북-미 협상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가 주제였다. 쑤 부소장은 “미국이 여전히 극한의 대북 압박을 하고 있다. 보편적으로는 협상에 대해 비관적인 정서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 관변학자도 비관론이 다수라는 점을 인정한다는 얘기였다. CCTV에 자주 나오는 그의 말투는 평소처럼 차분했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롼 부원장은 다소 흥분하며 목소리가 커졌다. “그렇게 비관적이지 않다. 기회가 있다. 우연히 만나 인사말이라도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 눈을 크게 뜨고 외교 기적을 만들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쑤 부소장은 고개를 돌려 롼 부원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사회자는 “(북-미가) 우연히 만나는 기회를 기대해 보겠다”며 프로그램을 마쳤다. 외교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변학자 두 사람이 한자리에서 의견이 갈린 모습을 보여 이채로웠다. 관영언론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이에 앞서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평소 북-미 대화를 강조해온 진징이(金景一) 베이징대 교수가 “스포츠 범위를 벗어나는 북-미 간 정치적 접촉의 가능성은 여전히 낮다”고 말했다. 관변학자인 왕쥔성(王俊生) 중국사회과학원 부연구원도 “북-미가 접촉해도 의견이 맞서면 한반도 정세는 다시 악순환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영매체에 비관론을 제기한 쑤 부소장, 진 교수, 왕 부연구원은 엄중한 한반도 정세의 ‘현실’을 직시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최근 인터뷰한 자칭궈(賈慶國)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장의 현실론이 떠올랐다. 북-미 간 의미 있는 비핵화 협상 가능성을 낮게 본 그는 문재인 정부가 “좀 더 현실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북 무력 사용을 누가 반기겠나. 하지만 자 원장은 그 가능성이 높아진 현실을 똑바로 보고 최악을 대비해야 한미중 3국 간 불필요한 충돌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런 얘기를 중국 정부 당국자와 해봤나”라고 물었다.  


“비공식적으로 했다. 한반도 위기 출현을 인정하고 중국 정부가 대비해야 한다는 내 주장을 지지하는 관계자가 있었다. (직접 얘기 못 하지만) 누가 지지하는지 안다. 중국의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 동시 중단) 노력은 현재까지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할 생각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중국 정부도 좋은 방법이 없다.” 

한반도 전쟁은 싫지만 뾰족한 묘책이 없는 중국이 남북 대화를 지지하고 북-미 협상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북핵 현실이 녹록지 않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드디어 평창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 북한의 김여정과 김영남, 미국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벌이는 북-미 대화 게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롼 부원장의 기대가 기적처럼 실현될지 모른다. 하지만 자 원장 등의 비관적 현실론을 직시해야 한다.  

자 원장에게 “당신 말을 청와대가 들으면 기분 나빠할 것 같다”고 했다.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기뻐하든 기분 나빠하든 내 견해를 말할 뿐이다. 나는 그들이 참말을 듣고 싶어 할 것이라 생각한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