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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파업 리스크에 트럼프 관세폭탄까지...기업들 美투자로 돌파구

       


파업 리스크에 트럼프 관세폭탄까지… 기업들 美투자로 돌파구

신동진 기자 , 한우신 기자 , 이은택 기자 입력 2018-05-31 03:00수정 2018-05-3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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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로 생산기지 옮기는 대기업들


2월 초 미국이 수입산 태양광 제품에 최대 30%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효할 당시만 해도 한화큐셀에 미국 공장 설립은 ‘옵션’에 불과했다. 인도와 터키 등 다른 시장에서도 세이프가드 움직임이 일고 있어서 새 공장을 어디에 세울지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 달여의 검토를 거친 후 생산지로 최종 선택된 곳은 세계 2위 태양광 시장인 미국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압박이 거세지는 데다 거대 시장에 공장을 짓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였다. 현지 주정부가 총 3000만 달러(약 320억 원)의 혜택을 제공하기로 하면서 공장 건립 계획이 급물살을 탔다. 

미국의 세이프가드 등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현지 생산시설 증대로 ‘정면 돌파’하려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주요 기업들이 해외로 생산 기지를 옮기면 국내 고용에 대한 타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보호무역 강세로 기업들 줄줄이 미국행


30일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3억88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현대자동차도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차에 25% 관세를 물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3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픽업트럭의 관세(25%) 폐지 시점이 종전 2021년에서 2041년으로 20년 늦춰졌다. 올 초 현대차는 미국에서 인기 있는 픽업트럭 개발을 공식화했다. 하지만 고관세가 유지된다면 미국에서 직접 제조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삼성전자도 1월부터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새로 지은 세탁기 공장을 가동했다. 세이프가드 발동 전에 공장 가동을 시작하기 위해 당초 계획보다 2개월 앞당겨 준공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판매 가전을 주로 멕시코 공장에서 만들어 수출해 왔는데 반덤핑 제소 등 견제를 받으며 지난해 6월 현지 공장 신설을 발표했다.

LG전자는 현재 건설 중인 미국 테네시주 세탁기 공장 가동 시점을 올해 말로 앞당길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해 3월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확정했다. 삼성과 LG 두 회사는 지난해 미국 내 세탁기 판매로 약 2조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통상 압박으로 양사로부터 각각 3억8000만 달러, 2억5000만 달러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현지 일자리는 1500개 넘게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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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도 미국 현지 투자를 본격 검토하는 분위기다. 한미 철강 분쟁을 겪으면서 반덤핑 관세 부과 등의 타격을 입자 “미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결국 미국에 진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대기업은 그나마 버텨낼 힘이 있지만 넥스틸, 휴스틸, 세아제강 등 중소·중견 업체들은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주력 수출품목인 강관(철로 만들어진 파이프)의 미국 시장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 “미국 내 친기업 환경도 투자 촉매제” 


일각에서는 국내 제조업체들의 잇단 미국행이 세이프가드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미국은 한국보다 법인세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노동조합의 경영 간섭도 덜하다는 설명이다. LG전자도 지난해 미국 세탁기 공장 신축을 결정할 때 한국에서 찾기 힘든 세금 감면이나 공장 건설비 지원, 인프라 개선 등 혜택을 약속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자동화로 생산성이 좋아지면서 인건비 부담이 줄어든 것도 한몫한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액은 전체 해외투자액의 35%(152억8672만 달러)로 가장 많았다. 

국내 공장의 생산성 악화가 해외 투자 증대를 부추긴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성 노조로 파업이 반복되며 생산에 차질을 빚는 상황은 기업으로서는 큰 불안 요소다. 현대차는 1996년 아산공장 준공을 마지막으로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았다. 2007년 34.8%였던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은 10년 후인 지난해 63.2%로 늘었다.

신동진 shine@donga.com·한우신·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