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진짜 떠날줄 몰랐다, 위기를 느꼈어야 했는데…"
입력 2018.06.02 03:03
[기업 떠난 '군산의 눈물'] [下] 폐쇄된 공장, 근로자들의 회한
1일 한국GM 군산 공장에서 21년 일한 백승진(49)씨는 아내와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회사가 희망퇴직 후 남은 직원 600여 명 가운데 부평·창원 공장으로 전환 배치할 200여 명 명단을 발표하기로 한 날이다. 명단에 들지 못하면 최대 3년간 무급휴직을 해야 한다. 백씨는 "연락을 받으면 동료들에게 소식을 전하기로 했는데 발표가 늦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이날 전환배치 200명 명단을 확정 짓지 못했다. 회사 관계자는 "근무 연한, 근무 태도, 부양가족 등을 고려해 대상자를 선별해야 하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일러야 다음 주 중반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백씨는 "빨리 결정이 나면 좋은데, 초조하고 불안하다"고 했다.
21년 함께한 공장의 폐쇄는 현실이 됐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한다. 회사를 향한, 또 자신을 향한 소회가 드는 것이다.
이정열(48)씨는 차량 안쪽에 전기 배선이나 에어백, 플라스틱류를 조립하는 일을 했다. 그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어 일주일 정도 배우면 바로 공정에 투입 가능했다"며 "회사를 나오니 우리가 가진 경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서주호(41·가명)씨는 공장에서 브레이크 조립을 담당했다. 학교 졸업 후 얻은 첫 직장이었다. 이제까지 다른 일은 해본 적이 없다. 그는 "요즘엔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공장 폐쇄가 직원들에겐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GM 공장에서 설비유지 관련 일을 했던 송용선(55)씨는 2011년 연간 26만8000대, 50초에 1대씩 생산하던 시절이 생생하다. 군산 공장은 2002년 대우자동차에서 GM대우로 사명이 바뀔 때 인원 구조조정이 거의 없었다. 2013년부터 가동률이 떨어졌을 때 막연한 불안감은 느꼈다. 송씨는 "이렇게 빨리 문을 닫을지는 몰랐다. 우리가 좀 더 위기감을 느꼈어야 한다는 후회가 남는다"고 했다.
이정열(48)씨는 차량 안쪽에 전기 배선이나 에어백, 플라스틱류를 조립하는 일을 했다. 그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어 일주일 정도 배우면 바로 공정에 투입 가능했다"며 "회사를 나오니 우리가 가진 경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서주호(41·가명)씨는 공장에서 브레이크 조립을 담당했다. 학교 졸업 후 얻은 첫 직장이었다. 이제까지 다른 일은 해본 적이 없다. 그는 "요즘엔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학원에 다니고 있는데, 쉽지 않다"고 했다.
공장 폐쇄가 직원들에겐 여전히 익숙하지 않다. GM 공장에서 설비유지 관련 일을 했던 송용선(55)씨는 2011년 연간 26만8000대, 50초에 1대씩 생산하던 시절이 생생하다. 군산 공장은 2002년 대우자동차에서 GM대우로 사명이 바뀔 때 인원 구조조정이 거의 없었다. 2013년부터 가동률이 떨어졌을 때 막연한 불안감은 느꼈다. 송씨는 "이렇게 빨리 문을 닫을지는 몰랐다. 우리가 좀 더 위기감을 느꼈어야 한다는 후회가 남는다"고 했다.
11년차 직원 양재명(35)씨는 "우리는 하루 전까지도 공장 폐쇄 결정을 몰랐다"고 했다. 2월 초 생산라인에서 모든 차량을 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공장 관리직원은 "이유는 모른다"고 했다. 양씨는 "회사 상태를 제대로 알았으면 임금 삭감을 받아들이고, 나름대로 양보했을 거다. 기본급만 받아도 작업복 입은 사람들은 다 그걸 감수했을 것"이라고 했다. 군산에서 35년을 산 김종필(55)씨는 "일반 사람들도 '대기업이니까 설마 문을 닫겠나' 하는 생각을 한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정부나 시도 별다른 조치를 못 취한 것 같다"고 했다.
체념의 목소리도 크다. 자신들이 어떤 노력을 했어도, 공장 폐쇄를 피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GM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이정권(43)씨는 "자동차 공장은 신차 배정을 계속해줘야 돌아간다. GM 본사가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새 모델을 주지 않으니 도리가 없다"고 했다.
처지에 따라 공장 폐쇄를 바라보는 소회가 다르다. GM 비정규직으로 12년 일한 조기영(39·가명)씨는 1일에도 채용 사이트에서 일거리를 찾아보고 있었다. 지난 2월 26일 다른 비정규직 근로자 150여 명과 함께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들에겐 전환배치나 3년 무급휴직 같은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조씨는 "어떤 식으로든 공장이 재가동되는 것 말고 우리가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우리는 다시 일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외부로부터 따가운 시선은 견디기 힘들다. 위 기 속에서도 올 초부터 사측과 노조는 복리후생 축소안을 놓고 이견을 보여왔다. 노조는 임금동결과 성과급 유보에는 동의했지만, 중식 유료화·자가운전 보조금 축소 등 일부 방안에는 반대했다. 합의안은 4월 말에 확정됐다. 노조 관계자는 "강성 노조 때문에 구조조정이 지연됐다는 지적에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는 경쟁 업체보다 더 적은 돈을 받고 일해왔다"고 했다.
체념의 목소리도 크다. 자신들이 어떤 노력을 했어도, 공장 폐쇄를 피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GM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이정권(43)씨는 "자동차 공장은 신차 배정을 계속해줘야 돌아간다. GM 본사가 판매 부진 등을 이유로 새 모델을 주지 않으니 도리가 없다"고 했다.
처지에 따라 공장 폐쇄를 바라보는 소회가 다르다. GM 비정규직으로 12년 일한 조기영(39·가명)씨는 1일에도 채용 사이트에서 일거리를 찾아보고 있었다. 지난 2월 26일 다른 비정규직 근로자 150여 명과 함께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들에겐 전환배치나 3년 무급휴직 같은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조씨는 "어떤 식으로든 공장이 재가동되는 것 말고 우리가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우리는 다시 일하고 싶을 뿐"이라고 했다.
외부로부터 따가운 시선은 견디기 힘들다.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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