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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한국형 원전, 美인증에 한발더...수출 大路 열린다

       


한국형 원전, 美인증에 한발더… 수출 大路 열린다

이건혁기자 입력 2018-06-07 03:00수정 2018-06-0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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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차세대 원전(APR-1400)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진행하는 안전성평가의 8분 능선을 넘어섰다. 지난해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 통과로 기술력을 입증한 한국산 원전이 세계 최대 원전 시장인 미국의 인증까지 최종 획득하게 되면 원전 수출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NRC는 5일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31일 한국형 차세대 원전 APR-1400이 전체 6단계로 이루어진 안전성평가 중 4단계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APR-1400에 적용된 기술 2225개에 대해 NRC가 100% 인증을 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NRC 설계 인증은 미국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 중 하나다. 한수원은 2014년 인증을 신청했으며 현재까지 본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NRC는 지난해 8월 3단계 인증 과정에서 약 2100개 항목에 대한 심사를 마무리했지만 추가 검증이 필요한 100여 개의 핵심 기술에 대해서는 판단을 미룬 채 9개월 가까이 이를 들여다봤다.

4단계 인증을 받은 기술은 △원전 설계 및 구조 △내진설계의 유효성 △고출력 에너지를 견딜 수 있는 배관 구조 △핵연료 장치의 내진성능 시험 등이다. 한수원 측은 “원전의 설계수명과 관련된 것들로 APR-1400에 적용된 60년의 설계수명이 기술적으로 타당한지 검증받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설계수명과 직결된 만큼 NRC 심사는 전 단계보다 더 까다롭게 진행됐다. NRC 심사위원들의 추가 자료 요구에 심사 완료 예상 시점이 두 차례나 연기되기도 했다. 

NRC는 홈페이지를 통해 올해 9월경 6단계로 이루어진 인증이 모두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남아 있는 인증 절차인 외부 전문가 검증, 종합 정리와 같은 절차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안전성평가가 마무리되면 공청회를 거쳐 내년에 한국산 원전에 대한 공식 인증 절차가 모두 끝난다. 반면 원전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보다 앞서 신형 원전에 대한 NRC 인증을 신청했지만 까다로운 조건 탓에 인증 절차가 중단된 상황이다. 


2002년 개발된 APR-1400은 3세대 신형 원전으로 아랍에미리트(UAE)에 건설 중인 바라카 원전에 도입돼 있다. 국내에는 2016년 준공된 신고리 원전 3호기, 공사 중인 신고리 원전 4∼6호기 및 신한울 1, 2호기에 적용돼 있다.


한국이 미국 인증을 받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형 원전에 대한 기술적 의문은 거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한국은 까다로운 EUR 인증을 최종 통과한 5번째 국가가 됐다. 여기에 미국 인증을 통과하면 세계 시장에서 한국 원전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부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의 원전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퍼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체코 등 원전 발주 예정인 국가에도 이 모델을 통해 원전 사업권을 따내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국은 또한 지난해 12월 한국전력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에도 APR-1400을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영국 정부 및 사업자들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