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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김종인,한국당이 보수 재건한다면 ...국민들이 웃는다



[최보식이 만난 사람] "요즘 정치인 사명의식 없어… 대부분 생활 직업인, 자기 이익만 생각"

             
입력 2018.06.18 03:12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국당은 옛날 노래만 계속 불러대고 있다… '보수 재건' 하겠다면 사람들은 웃을거다

김종인(78)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이 끝나기 전에 정치판을 떠났다. 하지만 몰락한 지금의 보수 정당에 조언을 해줄 수는 있을 것이다. 2년 반 전 지리멸렬했던 더불어민주당을 기사회생시킨 경험이 있으니까.

"박근혜 탄핵으로 보수 정권이 무너질 때 자유한국당의 책임도 있었다. 한국당도 '탄핵'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도 자기반성이나 개혁 어느 하나 없었다. 이런 행태를 보였으니 선거 결과는 뻔한 게 아닌가."

―지금 자유한국당은 과거 더불어민주당보다 훨씬 더 큰 위기에 봉착해있다. 이런 추세라면 보수 정당은 앞으로 발을 못 붙일 것 같다.

"완패(完敗)는 했지만 전체 득표율은 30%쯤 된다. 살아날 구멍은 있는 셈이다. 한국의 보수·진보·중도 성향의 비율은 30:30:40이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 40%가 모두 진보로 가버렸다. 보수 정당의 살길은 떠나간 중도 유권자를 다시 끌어올 수 있느냐에 달렸다."

―과거에는 보수가 주류였다. 이제 '소수'로 고립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사회 흐름과 유권자 의식 변화를 읽어야 하는데 한국당은 옛날 노래만 계속 불러대고 있다. 국민의 신뢰를 받으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인식이 전혀 없었다. 어쩌면 이번 지방선거 완패는 한국당의 장래를 위해 잘됐을 수도 있다. 이런 충격을 겪지 않으면 스스로 변화하지 못한다."

―이제 자유한국당은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지만 소속 의원들이 보수 궤멸 상황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정치인들을 보면 사명의식이 없다. 대부분 생활 직업인이다. 정당이 제대로 되려면 적어도 그중에 20명쯤은 자신보다 나라를 생각하고 큰 뜻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데, 요즘에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반성은 잠깐이고, 당권을 쥐려는 계파 간에 각축이 벌어질 것 같다.

"또 이전투구를 벌이게 되면 자유한국당은 소생 가능성이 없다. 과거의 식상한 인물이 나오면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 홍준표·안철수·유승민은 빠져야 한다. 각자 자기를 알아야 하고 욕심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밑거름이 되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김종인 전 대표는 “국민은 자기 호주머니에 돈 들어오는 걸 따진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사람은 그대로인데 제 입으로 아무리 바뀌었다고 한들 국민에게 먹히지 않는다. 결국 인적 교체인데, 총선까지 2년이나 남아 있어 당의 변화를 보여줄 게 현실적으로 없다.

"당을 이끌어왔거나 책임 있는 인물들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신진을 대폭 수혈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홍준표 등 당 지도부는 그런 영입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1996년 15대 선거 때 YS는 자기와 입장이 달랐던 김문수·이재오·이우재 등을 데려왔다."

―인기 없는 구태 정당에 들어가겠다는 인물도 없었지만, 어떤 면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가 그만큼 노력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에게 편하거나 추후 경쟁자가 되지 않을 '올드 보이'를 공천했다. 후보 인물의 비교 경쟁에서도 이미 여당에 질 수밖에 없었다.

"내가 보기에 홍준표는 개인적인 목적으로 공천을 한 것 같았다. 지난 대선에서 23%를 얻었으니 차기 대선에 무엇을 해야겠다는 욕심이 작용했다고 본다."

―지난 대선에서는 홍준표의 역할이 나름대로 있었다. 그는 사안의 본질을 짚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하지만 당 대표가 된 뒤로도 품격 없는 언행이 계속 남발되자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보수의 품격(品格)을 걱정했다.

"홍준표의 막말은 어느 대목에서는 옳았다 해도 대다수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가령 '판문점 회담'이나 '싱가포르 미·북 회담'에 대해 그는 '위장평화쇼'라며 맹목적으로 반대했다. 이는 합리적으로 따져보고 비판을 가할 수 있는 사안이었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 보장을 해주면 향후 '한 민족 두 국가'로 가는 것인지, 비핵화의 재정 부담을 한국이 맡게 되면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 모두 국민적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이를 관찰하고 공부하면서 비판하는 야당 역할이 있어야 한다."

―과거에 더불어민주당의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것처럼 만약 이번에 자유한국당을 맡는다면?

"나는 정치를 완전히 떠났다."

―가정해서 질문해보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알아야 할 것은, '보수 재건'을 하겠다면 사람들이 웃는다. 한국당의 보수 운운은 싫증 나는 얘기다. 내가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원을 맡았을 때 '당 정강 정책에서 보수를 빼자'고 했다가 난리 났지만. 보수 이념에 매이면 변화하는 현실에서 새로운 인식을 할 수가 없다. 당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가 없다."

―정당은 이념과 가치를 추구한다. 보수 정당에 '보수를 버리라'는 게 말이 될까?

"이념에 매여 정체성 타령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현실에 이념을 맞춰야지 이념에 현실을 맞춰서는 안 된다. 보수를 굳이 안 내세워도 자유한국당이 보수 정당이라는 걸 안다. 개인의 자유와 책임, 점진적 개혁 같은 보수의 기본 가치를 버리라는 게 아니다. 오히려 한국당이 제대로 보수 가치를 구현한 적도 없지 않나."

―현 정권이 좌파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견제의 역할을 해줄 보수 정당은 필요하지 않나?

"현 정권에 대해 반대하는 것으로는 이길 수 없다. 더 많은 국민에게 뭔가 바뀔 수 있겠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국민을 계도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이 나왔으면 한다. 내 개인적인 의견은 1970년대 이후에 출생해 정치 소양이 있는 사람을 찾으면 좋겠다. 프랑스의 마크롱 같은 인물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마크롱은 그전까지 선거 한번 제대로 안 치렀고 정당 조직도 없었는데 프랑스 국민에게 감동을 주고 이겼다. 이게 불가능하면 나라의 희망이 없다."

―자유한국당에서는 그런 기적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한국당은 이미 비대위 체제를 거쳤지만 전혀 체질 개선이 되지 않았다.

"한국당은 그때 기회를 한 번 놓쳤다. 비대위원장을 맡은 인명진 목사는 정치 감각이 없었다.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때 한국당의 방향 감각이 없어졌다."

김종인 전 대표와 최보식 선임기자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의원 한 명 없었다는 것도 보수 정당의 뻔뻔한 얼굴을 드러낸 셈인데.

"나는 한국당 대선 후보를 안 내는 게 정도(正道)라 생각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홍준표를 데려와서 대통령 후보를 냈다. 그때 후보를 내지 않고 절치부심했으면 이번 선거에서 이런 꼴을 안 당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일방적 독주에 정치적 견제 세력이 거의 무너져버렸다. 이번 선거에서도 보수 단일화 요구가 있었으나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요즘은 정치를 크게 하지 않고 자신의 이해득실만 따진다.

"자기 위주로 생각하니까 아무것도 안 되는 거다. 내가 이렇게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오고 그러면 어떻게 대처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가령 지난 대선 때 유승민이 무슨 가능성이 있어 꼭 출마를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지 이해가 안 됐다."

―대선에서 정의화·정운찬·홍석현 등과 함께 '제3지대 후보'를 내려고 논의했을 때의 일을 말하는가. 유승민 의원은 그게 옳은 길이라고 생각했지 않겠나?

"정치하는 사람들이 혜안이 전혀 없다. 현 상황을 냉철하게 봐야지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해석해서 안 된다."

―'제3지대론'은 반문(反文) 연대를 형성하자는 것이었는데, 한때는 문재인과 손을 잡았다가 왜 그렇게 척을 졌나?

"그가 정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그때 무너지는 민주당을 살렸고 총선에서 이기게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친문 세력이 나를 이상하게 몰아갔다. 급한 상황이 끝나니 다시 자기들 욕심으로 돌아간 거다. 그전에 박근혜한테 당하고 나니, 또다시 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와버렸다."

―'제3지대 후보'는 결국 무산됐는데, 본인도 잠깐 대권 욕심이 있었지 않았나?

"내가 나오려고는 안 했다. 통합정부와 개헌에 동의하는 단일 후보를 내보려고 했다. 안철수는 이에 대해 응답이 없었다. 정권이 넘어가면 어떤 식으로 갈 것이라는 상황 인식이 없었다. 노무현을 한 번 겪어봤으면 예측할 수 있었지 않나."

―안철수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3등을 했는데?

"그는 정치 자질이 없는 사람이다. 2011년 윤여준·법륜·최상룡이 '당을 만들어보자'며 안철수를 추천했다. 다들 대단하게 평가했다. 당시 내가 네 번이나 만나 '정치할 생각 있느냐?'고 물었는데 답을 하지 않았다. 다섯 번째 만났을 때 '서울시장에 출마를 하겠다'고 했다. 내가 '먼저 총선에 출마해 국회에서 정치를 익혀라'고 권하자, '국회의원은 아무 하는 일이 없는데…'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너무 한심해 내가 자리를 떴다. 외교·국방 등에 대해 전혀 개념이 없었다. 대통령이 될 사람이면 국가 운영의 몇 가지 측면에는 자기 판단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어떤가?

"남북문제와 적폐 수사를 빼면 집권 1년이 지났지만 무슨 실적이 있나. 소득 주도 성장은 경제학에는 없다. 소득이 있어야 소득 주도를 하지, 좌파 경제학에서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시장경제에는 예외적인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자유로운 기업의 활동을 보장하고 정부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제도와 여건을 조성을 해주면 된다."

―지지율은 70%대이고, 소탈하고 인간적인 대통령으로 인기가 높지 않나?

"대통령이 돼 모양을 갖추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다. 국민은 자기 호주머니에 돈 들어오는 걸 따진다. 지금처럼 고용 대란, 실업률 상승, 수출 저조 등이 계속되고 북한에 수십조원의 세금을 바쳐야 하면 열성적 지지는 급속도로 식을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7/201806170245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