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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불안불안한 '휴대폰 군기'



불안불안한 '휴대폰 군기'

조선일보
  • 양승식 기자
    입력 2019.02.20 03:01

    [오늘의 세상]
    야동 보고 불법 도박하고 軍 내부서 인터넷 방송까지 찍어
    장병에 휴대전화 허용 시범사업 10개월간 부정사용 191건

    국방부가 작년 초부터 시행 중인 '일과 후 병사 휴대전화 사용'에서 '군기문란' 수준의 문제점이 나타난 것으로 19일 알려졌다. 일부 병사는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부대를 촬영해 인터넷 방송을 했고, 음란물을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군의 처벌은 대부분 휴가 제한 수준에 그쳤고, 또 처벌 수위도 들쭉날쭉했다.

    본지가 입수한 '병사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부대 부정행위 적발 현황'에 따르면, 작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휴대전화 사용 시범 부대에서 총 191건의 부정 사용이 적발됐다. 육군의 A 상병은 작년 9월과 11월 휴대전화로 불법 도박을 하다가 두 차례나 적발됐다. 군 관계자는 "인터넷 도박사이트에 접속해 7만~30만원 상당의 도박을 했다"고 했다. 부대 안에서 자신의 업무를 촬영해 인터넷 방송에 올린 병사도 있었다. "부대 내에서 하는 일을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문제가 될 줄 몰랐고, 오히려 도움이 될 것으로 알았다"는 취지다. 생활관을 촬영해 외부로 유출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일부 병사는 휴대전화로 음란물을 보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불안불안한 '휴대폰 군기'
    /일러스트=박상훈
    가장 많은 위반은 '시간 외 사용'으로 91건이었다. 국방부는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을 평일 일과 시간 이후(오후 6~10시)와 휴무일로 한정했다. 하지만 상당수의 병사가 일과 시간이나 야간 당직 근무 동안 휴대전화를 몰래 사용했다. 허가되지 않은 휴대전화를 무단 반입해서 적발된 경우도 33건 있었다. 군 관계자는 "휴대전화 무단 반입은 군의 통제에서 벗어난 통신 기기가 반입되는 것으로 상당히 심각한 일"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휴대전화 부정 사용이 적발됐는데 징계 수위는 제각각이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로 불법 도박을 해 두 차례나 적발된 육군 병사는 각각 휴가 제한 3일과 5일 조치를 받았다. 반면 작년 5월 국방부 직할 부대에서 불법 도박을 했던 B 상병은 현재 사정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공군의 C 병장은 휴대전화를 무단 반입했지만 '사랑의 벌'만 받았다. 일종의 '얼차려'만 받은 수준인데, "전역이 임박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반면 휴대전화를 무단 반입한 다른 병사는 대부분 군기교육대 처분을 받았다.

    국방부의 병사 휴대전화 시범 허용은 작년 4월 시작됐다. 국방부는 일부 산하 부대에서만 비공개로 시행하던 사업을 작년 8월부터 육·해·공·해병대 등 일선 36개 부대로 확대했다. 올해 4월부터는 모든 병사를 대상으로 휴대전화 사용을 허용하고 3개월간의 시범 기간을 거친 뒤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일과 시간에는 휴대전화를 일괄적으로 걷어 관리하지만, 부대 사정에 따라 개인 관물대 등에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

    군 안팎에서는 시범 부대에서 이런 문제점이 나왔지만 병사 휴대전화 사용 전면 허용이 지나치게 서둘러 진행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군 관계자는 "보안용 앱 등이 완전히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고, 시범 사업에서도 다양한 문제가 발생했는데 국방부가 밀어붙이기 식으로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휴대전화 허용은 병사들이 외부와 소통한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며 "하지만 성인인 병사들에게 명확한 신상필벌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방부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군 장병 SNS 활용에 관한 훈령'을 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여러 문제점이 나오긴 했지만, 보안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며 "시범 사업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바탕으로 더 꼼꼼히 휴대전화 허용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20/201902200017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