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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8000억 손실 뻔한데...환경단체 지적에 용광로 멈출 판



8000억 손실 뻔한데… 환경단체 지적에 용광로 멈출 판

입력 2019.06.04 01:34

[오늘의 세상]
"밸브 열때 오염물질" 주장… 지자체, 현대제철에 열흘 중단 명령
닷새면 쇳물 굳어 복구에 3개월, 포항·광양 포스코도 청문절차

환경단체의 고발로 촉발된 대기오염 문제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철강업체에 직접 피해만 8000억원에 이르는 행정처분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철강업계는 "문제가 제기된 공정은 안전에 대한 필수 공정이고 대체 기술도 없는 상황이라 이런 행정처분을 내린다면 국내 제철소의 12개 고로(高爐·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노)가 모두 가동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 등은 "철강업체들이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공식적인 사과는 하지 않고 궤변과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반박했다.

◇"10일 조업 중단하면 매출 손실 8000억"

충남도는 지난달 30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제2고로에 대해 '블리더(Bleeder·안전밸브) 개방에 따른 오염 물질 무단 배출 행위' 건으로 조업 정지 10일 처분을 확정했다. 경북도와 전남도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의 2고로에 대해 조업 정지 10일을 사전 통지하고 의견서 제출이나 청문 절차를 진행 중이다.

고로는 1년 내내 내부 온도를 1500도 이상으로 유지해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다. 고로가 5일 이상 가동되지 않으면 쇳물이 굳어져 복구 작업에만 3개월 이상이 걸린다. 연간 400만t의 쇳물을 생산하는 현대제철 2고로가 3개월 이상 멈춰 서면 보수 비용을 빼고 매출 손실만 8000억원 이상에 달한다.

◇"전국 제철소 고로가 멈춰 설 수도"

고로(용광로)는 화재, 폭발 사고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1~2개월 간격으로 보수 작업을 한다. 고온·고압의 열풍(熱風) 공급을 중단해 쇳물 생산을 일시적으로 중지하는 것을 휴풍(休風)이라고 한다. 이때 수증기 등을 고로 내부에 주입하는데 내부 압력이 급격하게 올라갈 경우 폭발 등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안전 밸브인 블리더를 열어놓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제철 대기오염 대책위원회'에 참가한 충남 당진 시민사회단체 14곳은 "현대제철이 비상 상황이 아닌데도 대기오염 물질을 저감 장치를 거치지 않고 '블리더'를 통해 불법 배출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에는 방지 시설을 거치지 않고 오염 물질을 배출할 수 있는 공기 조절 장치를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화재나 폭발 등의 사고를 예방할 필요가 있어 시도지사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도록 했다. 환경단체에선 "제철소들이 이러한 예외 규정을 악용해 대기오염을 방지할 의무를 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철강업계에서는 "100년이 넘는 세계 고로 역사에서 유럽과 일본, 중국 등 다른 나라 제철소들도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휴풍을 하며, 블리더를 개방하는데 우리나라만 대기오염으로 문제 삼으려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오염 물질 배출량에 대한 논란도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1시간씩 블리더를 열면 초반에 일산화탄소, 일산화질소, 분진 등이 배출되는데 미미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논란 때문에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배출 가스의 정확한 성분과 농도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서 안전과 오염 방지는 모두 주의하고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안전밸브를 사용하지 않고 고로를 가동할 방법이 없다"며 "소의 뿔을 바로 잡겠다고 소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철강협회에서 최근 세계철강협회에 관련 내용 문의를 했는데, "전 세계 철강사들이 비슷한 절차로 안전 밸브를 열고 있으며, 현재까지 대체 기술은 없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작업 중지 명령 요건 명확해야"

한편, 이날 경영계는 중대 재해 발생 사업장에 내리는 작업 중지 명령의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경영자총협회는 "2017년 말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인명 사고 등을 이유로 한 평균 작업 중지 기간은 21일이었고 그 기간 동안 업체당 평균 600억~12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면서 "작업 중지 명령에 대한 요건을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자세하게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1월 '급박한 위험' '불가피한 경우'와 같은 요건을 넣어 산안법 개정안을 공포(내년 1월 시행)했지만, 경영계는 여전히 의미가 모호해 근로감독관이 자의적으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04/20190604001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