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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김어준 퇴출로 끝낼 일 아니다

[오늘과 내일/이진영]김어준 퇴출로 끝낼 일 아니다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1-04-15 03:00수정 2021-04-15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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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입김 닿는 보도채널 너무 많아
여론 왜곡 막으려면 축소 개편 필요

이진영 논설위원

모 종편 시사 프로그램은 여고생 살인사건을 선정적으로 다뤘다는 이유로 법정 제재를 받은 뒤 진행자를 교체했다. 출연자의 막말이나 오보를 내보냈다가 폐지된 프로도 많다. 방송권 재허가 심사를 의식한 면도 있지만 자체 기준으로도 용납할 수 없는 선이란 게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TBS는 이용수 할머니까지 욕보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즉에 폐지했어야 했다. 최소한의 자정 능력도 없는 방송사가 공영방송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뉴스공장 문 닫는 걸로 끝낼 일은 아니다. 이참에 공영으로 기울어 있는 전체 언론 지형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입김이 닿는 국공영 방송이 너무 많다. 보도 권한이 있는 채널만 꼽아도 KBS1·2, MBC, EBS, KTV, 아리랑TV, TBS까지 7개다. 경기도 공영방송이 생기면 8개가 된다. 정부가 연간 300억 원을 지원하는 연합뉴스가 대주주인 연합뉴스TV와 공공기관이 주요 주주여서 준공영으로 분류되는 YTN도 있다.

보도의 질은 더 문제다. KBS와 MBC는 내부에서도 “MBC 조국 보도는 참사 수준” “KBS는 민주당 선거전략 최전선에서 칼을 휘두르는 행동대원”이라는 반성문이 나온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조국 딸 입시 비리 땐 조국 딸을, 윤지오 사태 땐 윤지오를, 선거철엔 야당에 불리한 익명의 제보자들을 출연시켜 위기의 여당을 돕는다. 여당으로선 김어준의 퇴출 여론에 ‘김어준 없는 아침’을 두려워할 지경이다.

더 황당한 방송은 국영 KTV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KTV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정 홍보 방송이다. 올해 예산은 316억 원이 넘는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보도 권한을 허가받으면서 언론의 감시 대상인 공무원이 기자 역할을 하는 상식 밖의 조직이 됐다. KTV의 방송보도부장은 4급, 취재팀장은 5급 공무원이다. 집값 폭등이 이슈가 됐을 땐 현 정부 집값이 최고로 올랐다는 사실은 쏙 빼고 “정권마다 부동산정책은 표류해 왔고 국민들은 내 집 마련에 힘들어했다”는 물타기식 앵커의 논평까지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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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정부 때도 다르지 않았다. KTV는 박근혜 정부 시절 ‘미국이 (한복 입은) 박근혜 대통령의 미에 빠졌다’고 했고, KBS는 청와대 홍보수석의 간섭을 받으며 세월호 사태를 보도했다. TBS는 오세훈 서울시장 때 3년 넘게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주례연설을 방송해 논란이 됐다.

 

이젠 경기도까지 나서서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금으로 라디오 방송국을 설립하겠다고 한다. 도민에게 교통과 생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말에 속으면 안 된다. TBS도 1990년 개국할 땐 ‘수도권 일대의 원활한 교통 소통’을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갈수록 덩치를 키우면서 지금은 TV 채널까지 두고 정치적 목소리를 키워 나가고 있다.

왜 예산과 자리 나눠 가지며 정권과 그 나팔수들만 재미 보는 방송에 전파와 세금을 낭비해야 하나. 다채널 시대로 갈수록 방송의 공적 영역은 축소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기울어진 공론장을 바로잡아야 한다. KTV는 정책 홍보만 하고, KBS EBS 아리랑TV는 서로 중복되는 기능을 고려해 조직을 대폭 축소 개편하는 것이 맞다. TBS는 원래대로 교통방송만 하게 하자는 의견이 있지만 TBN한국교통방송에 내비게이션까지 있는데 서울만의 교통방송이 필요한가. 있는 국공영도 줄여야 할 판이니 경기도 공영방송은 꿈도 꾸지 않는 것이 좋겠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김어준 퇴출#뉴스공장#보도채널#여론 왜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