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산업

尹대통령도 경고한 "이자장사"...은행 수익 80%가 대출이자였다

尹대통령도 경고한 ‘이자장사’… 은행 수익 80%가 대출이자였다

글로벌 100대 은행 이자이익 비중 60% 대비 격차
정부 개입 찬성론의 배경
일각선 “물가 급등기에 이자 낮추란 건 난센스”

입력 2022.06.22 13:00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들의 지나친 ‘이자 장사’를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시장 개입”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이 편하게 돈 번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있어왔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2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함께 협력해나가야 한다”며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줄 방안을 강구해달라”고 말했다.

이 금감원장도 이날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주요 시중은행장과 만나 “예대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인 예대 금리차는 은행의 수익과 직결된다. 예금금리는 낮을수록, 대출금리는 높을수록 은행의 이자수익은 커지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윤 대통령과 이 원장의 발언이 사실상 은행들에 대출금리 인하를 주문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되는 건데, 이런 강도 높은 발언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 ‘이자 장사’ 비판, 왜 나왔나

올해 연말쯤 대출금리 상단이 8%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미 국내외 물가상승과 통화 긴축 우려로 올해 들어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는 7%를 넘어선 바 있다. 사진은 20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앞에 걸린 대출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윤 대통령과 이 원장의 발언에는 국내 은행들이 수익 대부분을 이자 이익에서 올리는 점이 한몫했다.

지난해 은행들은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KB금융·신한지주·하나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등 4대 금융 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은 14조54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34% 이상 증가한 규모로 2019년 이후 최고치다. 4대 은행의 순이익만 10조311억원에 달했다.

지난달 한국금융연구원이 발행한 ‘국내 은행그룹의 비이자이익 원천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KB·신한·하나·우리·BNK·DGB·JB 등 7개 은행그룹의 비이자이익은 11조2000억원으로 총이익의 19.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80%를 이자이익에 기대는 불균형적인 수익 구조다. 글로벌 100대 금융회사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40.8%로, 국내 은행그룹과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지주사 그룹이 아닌 은행으로 한정할 경우 국내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더욱 낮아진다. 2020년 말 기준 국내 일반은행의 비이자이익은 4조7000억원으로, 총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4%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 자료에서도 나타난다. 지난해 국내은행 이자이익은 46조원으로 전년 대비 4조8000억원 늘어났다. 반면 비이자이익은 같은 기간 3000억원 감소했다.

 

◇”과도한 예대금리차, 국민 피해…정부 적절한 개입 필요”

은행 대출금리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급등하고 있어 대출자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일주일 넘게 연속 상승하는 기현상이 발생하면서 일부 은행에서는 하루 사이에 대출금리가 0.4%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올해 대출금리 상단이 8%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21일 서울 시내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뉴스1

전문가들은 손쉬운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국내은행들에 정부가 경고 메시지를 준 것이라고 봤다.

김경율 회계사는 “국내 은행들은 제일 편하게 돈 벌 수 있는 이자수익 외에 외국계 은행처럼 사업을 다각화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며 “금융회사들이 예대 마진 장사, 즉 이자 장사한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어왔다”고 말했다. 김 회계사는 “금리 인상 시기에 금융당국에서 충분히 개입하고 규제할 수 있는 영역”이라며 “무조건 시장 개입으로 봐야 할 건 아니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관계자 역시 “은행이 예대금리차로 말미암은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면 한쪽에서는 비싼 대출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서민들의 희생이 요구되는 측면이 발생한다”며 “현재 국내의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정부나 금융당국이 적절한 개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 “세계가 물가급등에 비상인데, 금리 인하는 난센스”

그러나 일각에선 물가 급등으로 돈줄을 죄야할 상황에서 대출금리를 낮추는 게 타당하냐는 문제 제기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전 세계가 물가급등을 막기 위해 유동성 회수에 나선 판에, 우리만 정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차원의 금리 정책은 필요하지만 전반적인 대출 금리를 낮추자는 것은 난센스”라고 했다.

은행들의 비이자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 당국의 지원과 규제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은행 중심의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은 수수료 이익이 대부분인데, 무료로 제공되던 고객 수수료를 현실화한다면 고객에게도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은행그룹이 벤처투자나 비금융 플랫폼 확대 등 새로운 비이자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당국이 신사업 추진에 유연성을 발휘해 규제를 풀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은행들은 서둘러 대출금리 인하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22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전날부터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41%포인트 낮춘데 이어 NH농협은행도 24일부터 전세자금대출에 적용한 우대금리를 0.1%포인트 확대할 예정이다. 또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도 가산금리를 내리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방안을 내부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