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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한 해 사용하는 韓紙만 300~400장...튼튼한 한지,英 문화재 복원에 사용"

“한 해 사용하는 韓紙만 300~400장… 튼튼한 한지, 英 문화재 복원에 사용”

英 문화재 복원가 캐처·구스노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초청 방한

입력 2022.10.13 03:00
 
 
 
 
 
복원 전문가 수전 캐처(왼쪽)와 교코 구스노키. /김지호 기자

“한지(韓紙)는 서양의 종이들보다 강도가 세서 문화재 보존에 효과적이에요. 동양 문화재는 물론, 일부 서양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에도 한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수전).”

영국에서 온 문화재 복원가 두 명은 한지를 이용해 훼손된 문화재에 새 숨을 불어넣는다. 수전 캐처(64)는 25년 동안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V&A)에서 일하며 동서양의 문화재를, 대영 박물관의 교코 구스노키(44)는 20년간 주로 일본화(畵) 복원 작업을 해온 전문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한지 소개 행사에 참여한 이들은 7일 “앞으론 한지를 통해 복원할 수 있는 세계의 문화재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술품 복원에서 종이는 그림의 배접(작품의 내구성 강화를 위해 종이를 덧붙이는 것)뿐만 아니라 가구·옷·액자 등 물건의 흠집을 메우고 보존하는 작업에도 폭넓게 사용된다. 아직은 일본 종이인 화지(和紙)가 전 세계 복원용 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엔 한지도 문화재 복원 재료로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는 추세다. 2017년 루브르박물관이 합스부르크 왕가 가구를 복원하는 데 한지를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2018년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를 복원하는 데 한지가 쓰이기도 했다.

복원가 두 명이 푹 빠진 한지의 매력은 ‘튼튼함’이다. 2014년 한지를 처음 접한 수전은 “문화재의 국적도 중요하지만, 복원의 본질은 문화재가 간직한 가치를 대중에게 전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지를 이용해 조선 시대 예복인 ‘활옷’과 한국전쟁기의 인쇄물을 복원하기도 한 그는 “V&A박물관엔 전시용 예술품 3만5000점이 있는데, 이 중 1년에 20점 정도는 한지를 사용해 유지·보수를 한다”고 했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 예술품 복원에도 쓰인다는 한지는 이곳에서 한 해 가로 60㎝, 세로 90㎝ 크기 종이 300~400장이 사용된다.

 

교코는 올해부터 한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감아둔 상태로 보관하는 족자(簇子)는 접히는 부분의 강도가 강해야 한다”며 “예술품이 말려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본 문화재 복원에도 한지를 섞어 쓰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 사용자로서, 한지 상용화를 위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재질이 강하다 보니 풀칠을 하면 종이가 들고 일어나는 경우가 있죠. 지금 나와있는 종이보다 무게가 가벼우면서 강도가 약한 한지가 있다면 더 다양한 곳에 쓸 수 있을 것 같아요(수전).” “외국인은 한지 구하기가 어렵죠. 지금은 박물관의 한국 직원이 직접 가서 구매하고 있어요(교코).” “한지를 사기 위해 한국까지 와야 하는 것이 힘든 부분이에요. 온라인으로 편하게 한지를 구매하는 체계가 있다면, 좋은 물건을 안 쓸 이유가 있을까요?(수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