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The Column] “지금 윤석열 정권엔 절박함이 안 보인다”
이재명, 檢 기소 대비 지지세 확장·결집 위해
親日 몰이, 양곡법 개정 추진
尹 대통령, 司正 앞세운 정국 운영은 한계
개혁 과제 추진 늦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북한의 핵(核) 위협이 촉발한 한·미·일 합동 훈련을 놓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친일(親日) 프레임’을 걸었다. 미사일을 사거리별로 쏴대는 북한은 제쳐놓고 “욱일기가 한반도에 걸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세계 6위 군사력에 한미 동맹으로 부족해서 일본 자위대 도움이 필요하다는 말인가”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재래식 군사력이라면 모르겠지만 북한 핵미사일을 탐지·요격하는 우리 군(軍)의 능력은 세계 6위와는 거리가 멀다. 문재인 정부 때 북한 미사일 대비 한·미·일 군사훈련이 실시된 것도 그 때문이다. 미국과의 협력이 괜찮다면 과거 이 대표는 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사드 배치는 왜 반대했을까. 민감한 안보 문제를 놓고 이 대표가 모순과 비약과 심한 주장을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한 정치권 인사의 분석은 이 대표가 진 ‘사법 리스크’에서 출발했다. 그는 “대선 패배 이후 이재명 대표의 모든 행보는 검·경 수사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 의지’로 설명될 수 있다”고 했다. “검찰 수사가 어느 정도의 심리적 압박을 주는지 수사를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도 했다.
이 대표가 안보 정세와 동떨어진 ‘친일 몰이’를 하는 것은 ‘반일(反日) 코드’에 동조 현상을 보여왔던 2030세대를 겨냥한 것이고, 한 명의 지지자라도 더 확보한다는 ‘절박한’ 전략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당대표가 된 이후 이 대표는 특정 집단의 이익을 보장해 주는 정책들을 내놨다. 정부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것도 ‘욱일기 발언’처럼 갑자기 나왔다. 이 대표가 최우선 법안으로 처리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이는 재정적 부담을 제도화한다는 점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도 못했던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거부권 행사라는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농민층 지지자를 흡수하려는 노림수가 있다는 분석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이재명 대표 본인도 성남FC 후원금 사건, 대장동 사건 등으로 기소를 피할 수 없다는 점을 직감하고 있는 듯하다. 그와 같은 기류는 이 대표가 선거법 위반 사건으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던 날, 이 대표의 오랜 측근으로 알려진 보좌관이 “전쟁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이 대표에게 보낸 것에서도 읽힌다.
검찰 수사 상황을 여러 각도로 짚어보면, 성남FC 후원금 사건이나 대장동 사건이 11월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수사의 최종 수순은 아마 이 대표 소환일 것이다. 이 대표가 제3자 뇌물 공여 혐의의 공범으로 특정돼 있다는 성남FC 사건의 경우, 법원이 유죄라고 판단하면 양형 기준상 벌금이나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다. 뇌물 혐의가 적용되는 액수가 크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가 국회로 날아갈 수도 있다. 대장동 사건에서도 배임 기소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한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이 대표도 ‘검찰과의 전쟁’을 준비해 왔을 것이다. 민주당 현역 의원이 최근 ‘윤석열 퇴진’을 주장하는 단체의 집회에 참석해 “윤 대통령이 5년 임기를 못 채우게 하자”는 발언을 왜 마이크 잡고 했겠나. 이를 두고 지금 여권 일각에서는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이 결집된 야권을 상대할 체력을 가지고 있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 대통령 주변에서도 “사정(司正)만 갖고 국정을 끌고 간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길어지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이들이 있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나? 그들은 연금 개혁, 노동 개혁처럼 회피할 수 없는 과제는 논란과 논쟁을 감수하고 연내에 수면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에게 주어진 제1과제는 경제·복지·노동·교육 등 각 분야에서 벌어졌던 문재인 정권의 역(逆)주행을 바로잡는 것이다. 험난하더라도 미래의 파국을 막기 위해선 지금 이해 조정을 통해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들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 안팎으로 떨어진 것은 “그거 해결하라고 뽑아줬는데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증가한 탓이 크다.
스피드와 돌파력이 장점으로 꼽히는 윤 대통령이 “조금만 천천히 가자. 기다려 달라”고 했다는 말이 들린다. 하지만 취임 5개월이 지났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이미 “윤석열 정부에는 절박함이 안 보인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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