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김일성주의자’ 발언이 뜻하는 것
문재인 정권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내로남불’ 이상의 표현이 없다. 나는 이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로남불이 오늘날 나의 잘못이나 결함을 합리화하는 데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너희 때는 실컷 해놓고 왜 우리가 하면 잘못이라고 떠드느냐’는 변명의 무기가 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이재명 측의 내로남불과 후안무치(厚顔無恥)는 인내심의 한계를 넘고 있다. 자기들이 과거에 했던 일과 말들을 이렇게 뭉개고 같은 사안으로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혹시 극심한 건망증에 걸린 것 아닌지 의아할 정도다. 그들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합계 39년의 징역형을 때려 감옥에 넣은 사람들이다. 이것은 보복이나 탄압이나 민주 파괴의 범주를 넘는 ‘학살’이었다. 이런 집단이 지금 윤 정부의 수사를 두고 무례하다느니, 정치탄압이니, 보복정치니 하는 등의 난잡한 용어를 총동원하고 있는 것을 보면 저들이 궁지에 몰려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런 마당에 김문수 신임 경사노위원장이 국회 환노위에서 문 전 대통령을 가리켜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하고 라디오 논평에서 ‘XX감’이라고 말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것은 윤 정부와 보수·우파의 계산된 연출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발언은 시기적으로 볼 때 그동안 좌파·주사파·운동권·친북세력이 장악해온 한국 정치지형(地形)에서 보수·우파의 반격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니, 운동권-종북좌파의 퇴보를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국의 정치가 지금껏 자리를 잡지 못하고 파국을 헤맨 데는 남쪽의 여야 대립을 넘어 북한의 이념적 대리(代理) 전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70여 년 한쪽엔 미국과 동맹을 기조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려는 세력, 다른 쪽엔 북한의 공산주의와 주체사상이 결합한 김일성주의를 추종하는 세력이 목숨을 걸고 싸워왔다. 6·25 전쟁이 그중의 하나다. 숱한 정치적 테러와 정변 숙청도 그 결과다.
한국이 그 와중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미국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고리를 연결로 세계로 나간 덕분이다. 우리가 그런 환경에서 경제를 일구고 세계 여러 나라와 연대해 국제적으로 설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대한민국을 살린 것은 경제적 부흥이었고 이 경제적 부흥은 좌파도 먹여 살렸다.
한국의 정치가 이제 정상 궤도로 진입하려면 일차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바뀌어야한다. 민주당이 친북·종북·운동권의 아지트가 아닌 진보·좌파·사회주의 본연의 기지(基地)로 돌아와서 좌·우의 건전한 대결과 대안(代案)의 정치를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정권교체가 아니라 정권교대(交代)를 주장해왔다. 우파와 좌파가 교대로 국정을 이끄는 협업체제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북 운동권이 좌파를 장악했던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한다. 대안 없는 통일과 굴욕적 평화론은 이제 볼 만큼 봐왔다. 결과는 북한의 전쟁력 강화에 이바지했을 뿐이다. 5~6건의 범법 수사를 받고 있는 이재명씨를 당대표로 뽑은 운동권 정당은 이제 한계에 왔다. 민주당에도 MZ세대가 있다. 이들은 일반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가에 친숙하고 또 정직하다. 이 나라 좌파·진보의 본령을 철 지난, 효율성을 상실한 구시대적 이념·운동권의 독재에 더 이상 맡겨둘 수 없다. 시대적 사명과 진보 정당의 당위를 젊은 민주당원들은 터득해야 한다. 이재명씨의 사정(司正) 문제는 오히려 민주당 변신의 기회일 수 있다.
지금 세계는 변화하고 있다. 이제 무력(武力)으로 남의 땅을 먹으려는 제국주의적 사고는 설 자리가 없다. 전 세계가 우크라이나에 동조하는 이유다. 또 자국의 이해가 모든 국제적 요소에 앞서는 ‘나 먼저(We first)’의 세상이 오고 있다. 난민의 이동을 불허하고 국경선에 장벽을 치는 이유다. 세계적으로 자국 이기주의가 엄습해오는 상황에서, 북한의 호전적 미사일 정치가 횡행하는 여건에서 김일성주의니, 주사파니, 친북·종북이니 하는 낡은 이념놀이에 안주할 시간이 없다.
국민의힘이 이런 변화를 주도하고 또 수용할 수 있을까? 지금 국민의힘은 민주당만큼 헤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어떤가? 김문수 위원장이 어떤 의도로 그런 발언을 던진 것인지 몰라도 우리 정치에 올라탄 주사파 편승자들을 배척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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