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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서울시 세금으로 지은 노동자복지관, 민노총 공짜 사무실 즐비

서울시 세금으로 지은 노동자복지관, 민노총 공짜 사무실 즐비

서울시, 민노총 ‘공짜사무실’ 운영에 올 6억 지원
관리 직원 6명도 市가 인건비 지원

입력 2022.11.03 04:13
 
 
 
 
 

지난 6월 서울 마포구 아현동 가구거리 맞은편 언덕에 6층짜리 새 건물이 생겼다. ‘강북노동자복지관’이다. 서울시가 노동자 복지와 문화 관련 행사, 상담 등을 위해 만들었다. 그런데 2일 찾아가보니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간판과 함께 내부는 전국금속노조, 민주일반노조, 공공운수노조, 전국건설노조, 사무금융노조 서울지부를 비롯해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본부 등 민노총 소속이거나 관련된 노조 사무실로 가득했다. 주차장에도 노조 차량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서울 마포구 강북 노동자 복지관 외부 모습(왼쪽)과 내부 모습(오른쪽). 서울시가 민노총 서울본부에 위탁 운영 중인데, 내부에는 금속노조 등 민노총 소속 노조 사무실이 대거 입주해 있다. / 고운호 기자

강북노동자복지관은 당초 서울 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안에 있었지만, 서울시가 지난 6월 지금 자리에 있던 서부수도사업소 건물을 증축 리모델링해 이전시켰다.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2773㎡ 규모로, 시 예산 70억원이 들어갔다. 노동자복지관은 지방자치단체 소유 시설이다. 노동자 복지 관련 용도로 쓰라고 만든 것이다. 서울시는 민노총에 강북노동자복지관 운영을 맡겼는데 서울혁신파크에 있을 때나 지금이나 민노총 사무실로 쓰이고 있다.

민노총 서울본부는 이 건물을 쓰면서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 ‘복지관 운영 민간 위탁’이라는 형식을 빌려 서울시로부터 운영·관리비를 받는다. 강북노동자복지관은 2002년 세워진 이후 민노총 서울본부가 21년째 위탁 운영 중이다. 3년마다 위탁 운영 계약이 갱신되지만 운영자가 바뀐 적이 없다. 노동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세금 70억원을 들여 민노총에 사실상 건물을 지어주고 운영비까지 대주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혁신파크 때는 노조 사무실 면적이 952㎡(288평)였고, 전체 공간 중 약 절반을 차지했는데, 현재는 3~4층에 413㎡(147평)만 노조 사무실이고 전체 면적 중 차지하는 비율도 14.9%에 그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회의실과 세미나실 등은 빼고, 지하 주차장과 창고 등을 전체 면적에 포함시켜 계산한 것이다. 복지관 건물을 세 차례 찾아갔는데, 그때마다 회의실은 모두 노조원이 사용하고 있었다.

 

서울시는 건물을 이전시켜 주면서 새 건물을 관리할 전담팀을 만들었고, 직원 6명을 위탁 운영자인 민노총 서울본부가 뽑게 해 줬다. 6명 중에는 민노총 전 간부 등 민노총 출신이 포함돼 있다. 민노총 서울본부가 뽑았지만 인건비는 서울시가 지원해준다. 올해 5월부터 직원을 뽑았고, 올해 인건비는 2억2217만원이다. 여기에 운영비·사업비 등을 더해 올해 총 6억4085만원의 예산이 지원된다. 집기 구입비와 전기요금, 관리비 등이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강북 노동자 복지관에 설치된 층별 안내판. 3~4층 대부분이 노조 사무실로 채워져 있다. 1층 도서관과 2층 노동법률지원센터도 민노총이 운영한다. /고운호 기자

노동자복지관이 사실상 노동단체 사무실로 전락했다는 지적은 이전에도 제기된 적이 있다. 서울연구원은 2019년 “노조 사무실로 쓰는 것이 관행이 돼 있고, (일반 시민이 아닌) 노조원 대상 폐쇄적인 서비스만 제공해 설립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연구 용역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서울시는 영등포구에 위치한 ‘서울시 노동자 복지관’도 가지고 있는데, 한국노총 서울본부가 31년째 위탁 운영하고 있다. 전국 각 지자체 다른 노동자 복지관도 대부분 비슷하게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 담당자는 “판소리·민요 교실, 문화공연, 금융교육 등 일반 시민 대상 프로그램을 대폭 늘렸고, 원래 재계약 형태로 계약을 연장했지만 내년 9월 위탁 운영 계약이 종료되면 공모 절차를 거쳐 새 운영자를 뽑을 방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