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른 '공포의 하이패스' 잘못 들어서도 그냥 가야
하이패스 차로서 사망사고 … 잘못 들어갔다면 그냥 통과를
머뭇거리거나 차선 바꾸면 위험
미납 통행료는 나중 납부해도 돼
전주 톨게이트 잘못 들어선 운전자
통행권 받으려다 버스에 치여 숨져
이곳은 전날 오전 9시20분쯤 하이패스 차로를 건너던 A씨(42·여)가 달리던 시외버스에 치여 숨진 사고 현장이다. 하지만 기자가 30분간 지켜본 결과 하이패스 차로를 지나는 차량 가운데 제한속도 30㎞를 지키는 운전자는 거의 없었다. 톨게이트 수백m 앞부터 ‘속도제한’ 표지가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차량 대부분이 50~90㎞ 속도로 거침없이 통과했다. 덩치 큰 버스와 화물차도 마찬가지였다. 톨게이트 부근 갓길에 정차한 25t 화물차 기사 김모(45)씨는 “단속을 안 하니 제한속도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A씨는 사고 직전 하이패스 단말기가 없는 승용차를 몰고 호남고속도로로 나가는 하이패스 차로로 잘못 들어섰다. ‘하이패스 미부착 차량’이라는 경보음이 울리자 A씨는 운전대를 급히 꺾어 도로 우측 회차로 부근 갓길에 차를 세웠다. A씨의 승용차에는 지인(여) 2명도 타고 있었다.
톨게이트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해 보니 A씨는 통행권을 받기 위해 도로 반대편에 있는 전주영업소 쪽으로 뛰었다. 첫 번째 요금소에서 영업소까지 이어지는 지하통로가 있었지만 A씨는 중앙분리대까지 4개 차로 사이사이에 설치된 어른 허리 높이만 한 가드레일을 넘어 가다 버스와 부딪쳤다.
A씨 유족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숨진 A씨는 남편과 초등학생 자녀 2명을 두고 있다. 전주시 덕진구 모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의 한 가족은 “(A씨가) 차에서 내려 고속도로를 건넌 건 잘못이지만 버스가 제한속도를 초과하지 않았다면 죽음에까진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하이패스 차로에서는 본선 톨게이트는 50m 전방, 나들목(IC) 톨게이트는 30m 전방에서 제한속도를 시속 30㎞로 안내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위반 속도에 따라 벌점은 최대 60점, 범칙금은 최대 13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를 적용한 사례는 없다. 톨게이트에 과속 단속 카메라가 없는 데다 실제 단속에 나설 경우 추돌사고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어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정용기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2 ~ 2017년 8월 말 기준) 하이패스 구역 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총 212건으로 6명이 숨지고 74명이 다쳤다.
전문간들은 실수로 하이패스 없이 하이패스 차로를 무단 통과하는 경우 당황해서 멈칫거리거나 무리하게 차선을 바꾸지 말고 그대로 요금소를 빠져나가라고 조언한다.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 장순익 차장은 “하이패스 차로를 무단으로 통과해도 고속도로를 빠져나갈 때 통행료 수납원에게 알려주면 통행료를 정산해 준다”고 말했다. 이후 톨게이트 사무실이나 하이패스 콜센터(1577-2504)로 문의하면 된다.
추후 차량 주소지로 발송된 고지서로 미납 통행료를 납부하거나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http://www.ex.co.kr)에서 미납 요금을 조회한 뒤 계좌이체를 통해 납부하는 방법도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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