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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화재 참사]CCTV 통해 본 소방당국 대처
비상구 위치 파악했다더니 83초 두리번거리다 돌아가
사다리차 진입 막은 차량 1대 뿐, 유족이 직접 치워
평면도 즉시 전송했다더니 신고 2시간 반 뒤 현장 전달
26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확인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주변 폐쇄회로(CC)TV 12대와 생존자가 찍은 사진에는 이런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다. 영상에는 시민뿐 아니라 소방 사다리차 도착과 구조 활동 등이 고스란히 찍혔다. 영상 속 모습은 “구조 활동에 큰 문제가 없었다”는 소방당국의 설명과 차이가 있었다. 특히 20명이나 숨진 2층 사우나(여탕) 구조 작업과 관련해 논란이 될 장면도 포착됐다.
○ 우왕좌왕 소방대원
제천소방서는 “화재 당일 빠르게 번지는 불을 진압하는 게 우선이라 비상구 위치를 파악했지만 진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초기 현장에 출동한 일부 소방대원은 비상계단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헬스클럽과 3층 사우나(남탕)에 있던 사람들이 불이 옮겨붙지 않은 건물 뒤편 비상계단으로 계속 탈출하던 때와 비슷한 시간이다. 건물 구조를 미리 알았거나 주변 사람에게 묻기만 했어도 초기에 비상계단 확인이 가능했다.
제천소방서 관계자는 “비상계단을 찾던 중 2m가량 되는 철제 간이펜스가 길을 가로막은 걸 보고 이를 뚫기 위한 장비를 가지러 차로 돌아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취재팀 확인 결과 해당 장소에 설치된 간이펜스는 높이가 60cm 정도에 불과했다. 성인 남성이 가볍게 뛰어넘을 높이였다.
○ 사다리차 출동 10분간 ‘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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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14분 23초 스포츠센터 정문 왼쪽으로 인명 구조용 소방 사다리차가 진입했다. 그러나 사다리차는 건물 외벽에 매달린 남성을 구조하지 못한 채 10분가량 멈춰 있었다. 소방서는 “불법 주정차 차량들 때문에 진입 자체가 어려워 구조 작업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CCTV 영상을 보면 사다리차 통행을 가로막은 건 흰색 승용차 1대뿐이다. 이때 사다리차는 건물 가까이 다가선 상태였다. 흰색 승용차 1대만 옮기면 구조 작업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소방당국은 당초 “사다리차 앞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소방서 관계자들이 치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상에서 해당 차량을 실제 옮긴 사람은 이번 화재로 숨진 김모 양(18)의 아버지였다. 김 양의 아버지는 승용차 창문을 깨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푼 뒤 차량을 밀어 사다리차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했다. 소방서는 당초 유가족들의 이런 주장을 인정하지 않다가 CCTV가 나오자 “유족들이 치운 것이 맞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사다리차는 오히려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한 듯 사다리를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했다. 외벽에 매달린 남성을 구조한 건 화재 신고로부터 1시간 27분이 지난 오후 5시 20분이었다.
○ 비상계단 앞에 두고 50분 후 구조
소방서는 첫 출동 때 건물 평면도를 챙기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카카오톡을 통해 평면도를 곧바로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는 거짓이었다. 평면도가 실제로 현장에 전달된 건 화재 발생 후 2시간 반 지난 오후 6시 20분경. 건물 안에 수십 명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돼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되자 뒤늦게 현장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제천소방서 한 관계자는 “지금껏 건물 평면도를 가지고 화재 현장에 나가본 일이 없다. 평면도보다 현장에서의 감(感)을 믿는다. 건물 내부는 벽을 짚으며 가면 된다”고 말했다. 소방 출동과 관련한 매뉴얼에도 평면도 지참은 필수가 아니라는 게 소방당국의 설명이다.
소방대가 처음 비상계단으로 진입한 것은 오후 4시 42분. 신고가 접수된 지 50분가량 지난 뒤다. 이때 2층에 있었던 20명은 이미 숨을 거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천=김동혁 hack@donga.com·조응형·송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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