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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산업

미세먼지,경유차가 아니라 도로가 문제

       


[내 생각은/임인권]미세먼지, 경유차가 아니라 도로가 문제

임인권 명지대 기계공학과 교수입력 2018-02-08 03:00수정 2018-02-0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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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권 명지대 기계공학과 교수
미세먼지와 관련해서 국내에는 제대로 된 환경정책이 없다는 지적을 주변에서 많이 들었다. 사실 정부가 추진해온 미세먼지 관련 정책들로는 상황이 개선되긴 어려울 것이다. 정확한 상황 진단이 없이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초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이 차량이며 특히 경유차에서 비롯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많이 다르다. 2001년도 및 2006년 환경부 미세먼지(PM10) 배출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배출량의 85% 이상이 도로 재비산먼지였고, 경유차 배출가스에 의한 배출량은 약 9%에 불과했다. 도로 재비산먼지는 차량 운행으로 도로 토양입자, 마모된 타이어 가루 등이 대기로 흩어지며 형성되는 미세먼지다. 


그렇다면 도로 재비산먼지 저감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환경정책이 당연히 시행됐어야 했다. 그런데 환경부는 경유차 배출가스를 미세먼지 배출 주범으로 낙인을 찍었다. 이렇게 해서 대기환경관리 예산 대부분을 도로 관리를 하는 국토교통부가 아닌 환경부가 자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명분이 만들어졌다. 대기정책에 10년 이상 5조 원 가까운 예산이 사용됐으나 달라진 것은 없는 듯하다.

2000년 중반 국내에 도입된 CRDI(Common Rail Direct Injection) 초고압 연료분사 방식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매연의 양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하지만 초미세입자들은 약 500배에서 1000배 이상 더 많이 배출된다. 인체에 더욱 해로운 미세먼지가 친환경 엔진에서 수백 배 더 많이 발생한다. 유럽에선 2005년부터 CRDI에도 매연저감장치(DPF)를 적용해 왔다. 그러나 국내에는 2008년부터 도입됐다. 2005∼2008년 국내 생산 자동차에는 DPF가 적용되지 않았고 이후 이 시기에 공급된 수십만 대의 차량에 수천억 원의 혈세를 들여 정화장치를 부착하는 사업이 진행됐다.

심각한 사례는 또 있다. 최근 건설장비의 구형 엔진을 신형 엔진으로 교체하는 사업이 세금으로 진행되고 있다. 문제는 신형 엔진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2003년 이전 생산된 차량용 경유엔진의 배출량보다 더 많다. 미세먼지 배출을 줄인다면서 초미세먼지를 더 많이 배출하는 엔진으로 교체하는 이상한 정책에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국민은 무모한 정책을 추진하는 데 돈을 쓰라고 세금을 내는 게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비정상적인 정책 사업들을 재검토해서 효율적이고 일관성 있는 대기환경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푸른 하늘을 돌려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임인권 명지대 기계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