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경찰 "사건 잘못 파악 죄송...김경수 소환검토"


경찰 "사건 잘못 파악 죄송...김경수 소환 검토"


      입력 : 2018.04.20 10:16 | 수정 : 2018.04.20 12:23   

경찰, 댓글 조작 의혹 김경수 소환검토
URL 전달받은 드루킹 “처리하겠습니다”
金 “네이버 댓글은 반응이 원래 이런가요?”
경찰 “사실과 다르게 (사건)내용 말해서 죄송”

경찰이 댓글 조작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는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소환을 검토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경수 의원이 드루킹에게 인터넷 주소(URL)를 보낸 사실이 확인된 만큼, 두 사람 관계에 대해 수사할 필요성이 있다”며 “압수물 분석이 이뤄지는 대로 김 의원 소환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드루킹과 메시지를 주고 받은 김 의원의 보좌관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경남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연루의혹을 받고 있는 김 의원은 두 차례 출마 회견을 미뤘다가 이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덕훈 기자
◇김경수, 드루킹에 “네이버 댓글은 반응이 원래 이런가요?”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6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드루킹 김씨에게 모두 14건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10건은 인터넷 기사 주소(URL)이 포함돼 있었다.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보낸 기사는 문재인 대통령(당시 전 민주당 대표) 인터뷰, ‘문재인 치매설’ 경찰 수사 의뢰, 대선후보 합동 토론회, 문 후보 일자리 공약, 대선 이후 내각 인사 등이다. 지난해 10월 2일에는 김 의원 자신의 인터뷰 기사를 드루킹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메시지를 읽은 드루킹은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장했다.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댓글 조작을 직접 의뢰했다고 의심할만한 대목이다. 반대로 드루킹은 김 의원에 3000여건에 달하는 인터넷 기사 목록을 전송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URL이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4건의 메시지에서 김 의원은 드루킹에게 “네이버 댓글은 반응이 원래 이런가요” “홍보해주세요”라고 묻는다. 문재인 대통령 외신 간담회 일정이나 유튜브 링크를 전송하기도 했다.

그간 김 의원은 ‘드루킹 사건’과의 관련성을 부인해왔다. 지난 14일 1차 기자회견에서 “김씨가 무리한 인사 청탁을 했고, 이를 거절하자 반(反)정부 댓글을 조작했다”고 했고, 이틀 뒤인 지난 16일 2차 기자회견에서도 “(문재인)후보 관해서 홍보하고 싶은 기사가 (제 3자를 거쳐) 혹시 드루킹에게도 전달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경찰이 확보한 물증(텔레그램 메시지 등)에 따르면, 김 의원의 이 같은 대국민 기자회견이 거짓이라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나게 됐다. 김 의원은 이날 경남도지사 출마선언을 하면서 “정쟁중단을 위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고 특검을 포함한 어떤 조사에도 당당하게 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자동삭제’ 기능 있는 보안 프로그램 돌려가며 드루킹 접촉
압수물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 의원이 텔레그램 외에 또 다른 보안메신저로도 드루킹 김씨와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에는 미국의 보안메신저인 ‘시그널’이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의 국가안보국(NSA) 감청 프로그램을 세상에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 사용하는 메신저로 잘 알려져 있다. 시그널이 각광을 받는 것은 제3자가 메시지를 엿보거나 정부가 검열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메신저 서버에 대화내용이 저장되지 않고 전송한 메시지는 자동 삭제된다. 삭제 시간은 1초에서 1주일까지 사용자가 설정할 수 있다.

경찰은 20일 “김 의원이 텔레그램 외에 또 다른 보안메신저로도 드루킹 김씨와 접촉했다”고 밝혔다. /조선DB
이 대화방에서 김 의원은 16차례 메시지를 보냈고, 드루킹은 39차례로 나타났다. 대화 기간은 지난 1~3월 사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그널 대화방에서는 인터넷 기사주소(URL)이나 파일 전송은 이뤄지지 않았고 오직 대화만 오갔다”며 “현재 대화 내용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의원이 드루킹 김씨에게 ‘댓글 조작’을 의뢰할만한 혐의점이 발견된만큼, 압수물 분석이 이뤄지는대로 소환조사 할 방침이다.

◇구치소에서 접견조사….진술 뒤집는 드루킹
경찰은 지난 17일, 19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김씨를 접견조사했다. 그는 1월 1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4시간여 동안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을 활용, 네이버에 올라온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기사의 댓글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구속 되기 전에 그는 범행동기에 대해 “보수세력이 댓글 공작을 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매크로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서 실험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접견조사에서 스스로 이를 뒤집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경제민주화가 진전되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불만이 생겨, 반(反)정부적 댓글을 달았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오사카 총영사직을 인사 추천을 들어주지 않은 김경수 의원에도 불만이 있어, ‘우발적으로’ 댓글 조작을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으로부터 인터넷 기사주소를 전달 받은 뒤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변한 이유에 대해서도 입을 뗐다. “자발적으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들이 (댓글을)추천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경찰은 김씨의 해명에 대해서는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접견조사에서 드루킹 김씨는 1월 17일 이전 시점의 ‘댓글 조작’에 대해서는 “선플 운동”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경수 의원은 경공모가 선플 운동 한다는 것 알고 있어서, 선플 운동을 해줄 것으로 생각해서 해당 인터넷 기사주소를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다.

운영자금을 어디서 조달했느냐는 질문에는 “사무실 직원 두고 있어 정확히 모른다”고 대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자금을 관리했던 ‘느릅나무 출판사(김씨가 운영한 유령출판사’ 직원 A씨를 상대로 자금 출처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다.

◇매크로 활용한 댓글 조작, 추가로 발견됐다
드루킹 김씨가 1월 17일 이후에도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댓글 조작을 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발견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매크로 댓글 조작 기사는 모두 6건. 3월 16일자 네이버에 게재된 기사 4건, 3월 18일자 기사 2건이다.

김씨가 1월에 동원한 614개의 네이버 아이디 가운데 205개의 아이디가 이들 6건의 댓글 조작에도 쓰였다. ‘추천’을 집중적으로 베스트 댓글을 만드는 수법이다. 경찰은 6건 기사의 성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6건 기사 외에도 (매크로로 댓글 조작한) 기사가 더 있을 수 있다”며 “6건 기사의 대략적인 내용은 중립적인 것, 정부에 이로운 것, 불리한 것, 경찰 수사와 관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사실과 다르게 (사건)내용 말해서 죄송”
이날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드루킹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앞서 이 청장은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경수 의원이 관여했다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지금 단계에서 (김경수) 수사는 앞서가는 것” “김 의원은 드루킹의 메시지는 대부분 읽지 않고, 의례적인 문자만 보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김 의원이 보낸 메시지가 확인됐고, 이 메시지에 김씨도 대답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이 청장이 거짓말 한 셈이다. 이에 대해 이 청장은 “김 의원이 기사 주소를 보냈다는 내용은 기자간담회 이후에 보고 받았다”며 “이후 언론에 알려 바로 잡았어야 하는데 판단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 말한 것은 경위를 떠나 죄송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의원이 관여했다는 부분은 객관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대선 당시 댓글 조작 의혹 수사는) 너무 앞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조선DB
경찰은 ‘드루킹 사건’ 수사를 시작(2월 7일)한 지 72일이 지난 현재까지 압수수색 등 김 의원에 대한 강제수사를 집행하지 않고 있다. 댓글 수사 경험이 있는 사정당국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오히려 국민적 의혹을 키우고 있다”면서 “(용의자가)작정했다면 이미 관련 내용은 삭제되고 중요 증거물도 폐기되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