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광주경찰,피해자 두들겨 맞는데 가해자 '인권' 따졌다


광주경찰, 피해자 두들겨 맞는데 가해자 '인권' 따졌다

      입력 : 2018.05.05 10:27 | 수정 : 2018.05.05 11:22   

‘광주 폭행’ 경찰 출동했는데 15분간 ‘말리기’만
광산署 “출동초기 상황 파악 했던 것”
경찰 “삼단봉 썼으면 인권 짓밟는다 했을 것”

“경찰차를 타는 순간까지 친구가 맞았다.”
지난달 30일 발생한 ‘광주 폭행 사건’이 동영상을 통해 일반에 알려진 후 “경찰은 대체 뭐 하고 있었냐”는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억울하다”고 한다. 그날, 집단폭행 현장에서는 대체 어떤 일이 있었을까.
디지털편집국 기동팀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

◇발단: 경찰, 도착 이후 15분간 ‘진압’못했다
지난달 30일 오전 6시 28분 광산경찰서에 “남자 여러 명이 싸우고 있다”는 112신고가 들어왔다. 현장은 광주 수완동. 6시 32분 수완지구대 경찰관 6명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웃통을 벗어 문신이 드러난 가해자들이 피해자 A씨를 난타하고 있었다. 먼저 잡은 택시를 상대방 일행이 타려 했다는 이유로 시비가 붙었다고 했다.

지난달 30일 있었던 광주 집단 폭행 사건 영상의 한 장면. 경찰이 피의자들을 제압하려고 하지만, 피의자들은 경찰의 손을 뿌리치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동영상 캡처
가해자들은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가해자 일행 10명(남성 7명, 여성 3명)이 모두 그랬다. 제복을 입은 경찰 앞에서도 주눅 들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에서 사태를 ‘진압’한 게 아니라 ‘말리는’ 상황이었다. 웃통을 벗은 가해자가 손을 뻗어 위협적인 행동을 취하자, 움찔거리며 피한 경찰관도 있었다. 동영상에 공개된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다.

지원 인력이 도착한 것은 6시 34분. 경찰관 16명이 더 왔다. 9분 뒤인 6시 43분 광산서 형사 5명이 추가로 왔다. 비로소 이때부터 진압이 시작됐다. 출동 경찰은 거칠게 저항하는 가해자 2명에게 3발의 테이저 건을 쐈다. 경찰이 상황을 모두 정리한 것은 6시 53분. 출동 21분 만이다.

광산경찰서 관계자는 “출동 경찰들이 어떤 상황인지, 누구를 잡아야 하는지 초반에 파악하는 과정이 동영상에 담긴 것”이라면서 “이후 테이저 건을 쏘고, (가해자들을) 제압했는데 이런 건 동영상에 안 잡혔다”고 해명했다.

수완지구대 측도 “경찰 27명이 출동 15분 만에 가해자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며 “경찰이 도착하자마자 테이저 건을 쏘며 강제 진압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고 했다. “일부만 보고 미온적인 대처라고 하면 억울하다”고도 했다.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데 무슨 상황파악이냐”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도 “소극적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때리고 있는 사람이 분명히 폭행범인데, 무슨 ‘상황 파악’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폭행범을 즉각 제압했으면 피해가 덜했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지역 한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이모(28)씨는 “한 눈에 봐도 여럿이 하나를 폭행하고 있는데, 주먹질부터 멈췄어야 했다”며 “더구나 경찰관을 위협하는 ‘공무집행방해’를 저지르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럴 때는 즉각 제압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퇴직경찰 정모(65)씨도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사실”라며 “어느 정도로 제압할 것인지 고민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방관하는 듯한 모습은 보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집단 폭행 사건현장. 문신을 한 남성 등 성인 7명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모습.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규정도 ‘광주 폭행 사건’과 같은 상황에서는 무기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 10조 4항에 따르면 경찰관은 △범인의 체포 △범인의 도주 방지 △자신이나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의 방어 및 보호 △공무집행에 대한 항거의 제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에는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해 필요한 한도에서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

◇”삼단봉으로 제압했다면 인권 짓밟는 경찰이라 했을 것”
현장 경찰들은 한결 같이 “툭하면 과잉진압이라고 몰아세우니, 과감하게 진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공권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북 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김모(51)씨 얘기다. “제압해야 할 범인의 수가 많을 때 권총을 섣불리 쏜다면 위험해 질 수 있어요. 범인들이 흥분하기 시작하니까요. ‘광주 집단폭행’처럼 웃통을 벗고 있으면 테이저 건 쏘기도 어렵습니다. 바늘형 전기 충격기라 맨살에 맞으면 크게 다칠 수가 있거든요. 그렇다고 삼단봉(몽둥이)로 때리면 과잉진압이라고 비판 받을 수 있는 것 아닌가요. 삼단봉으로 때리는 장면이 동영상에 잡혔다면 ‘인권’을 짓밟는 경찰이라 했겠죠.”

집단 폭행 당한 피해자 A씨의 팔.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범인을 체포하다가 소송에 휘말린 경우 대다수 경찰들은 사비(私費)로 문제를 해결한다. 실제 작년 8월 서울 연신내지구대 소속 순경은 만취자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전치 5주의 부상을 입혀 5300만원을 개인적으로 물어줬다.

‘광주 폭행사건’을 계기로 공권력을 강화하자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올라온 ‘경찰공무원 공권력 강화 촉구합니다’는 게시글은 하루 만에 동참자가 1000명에 육박했다.
청원자는 “적극적으로 진압했다면 피해자의 피해가 달라지지 않았겠느냐. 공권력 강화를 청원 드린다”고 썼다.

시민 김보미(27)씨는 “최근에 돌아가신 구급대원도 그렇고, 경찰관도 주취자에게 당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고 했고, 회사원 유모(29)씨는 “정당한 공무집행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고에 대해서는 국가에서 보장해주고, 징계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5/05/201805050050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