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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원하는 독재체제 보장 위해
2007년 정상회담 때 노무현은 핵물질 未신고 알고도 “잘했다” 칭찬
반공-보수-지배세력 교체 원해도 자유민주 체제는 흔들지 말아야
김순덕 논설주간
이제야 평화의 비결을 알 것 같다. 쉽게 말해 맞고도 “왜 때려?” 덤비거나 보복하지 않고 가만있으면 된다. 이유가 있겠지. 내재적 접근법으로 상대가 원하는 바를 신속히 해결해 주면 싸움은 절대 안 일어난다. 조폭 세계나 학대 가정의 평화는 그렇게 지켜진다. 노예의 굴종이지만 잘하면 먹고사는 건 지장 없다.설마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가 이런 모습일 것이라곤 믿고 싶지 않다. 1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선 개성공단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개설 같은 풍성한 합의가 쏟아져 나왔다. 북한이 지난달 한미 공군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공사의 국회 증언 등 ‘엄중한 사태’를 트집 잡아 돌연 취소했다 사안이 해결되자 재개한 일정이지만 어쨌든 평화다.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스파이대장을 만나 “북한은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있는 나라”라며 북한 원조에 쓸 돈을 한국더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자칫하면 우리는 머리 위에 핵무기를 그대로 매단 채 수시로 맞으면서 “그래도 전쟁보다 낫다”며 햇볕이나 쬐던 시절로 돌아가야 할 판이다. 아니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개과천선(改過遷善)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기적을 보게 되든지.
김정은이 원하는 북한 체제 보장과 개혁·개방이 병진(竝進) 가능할지는 나중 문제다. 우선은 김정은 체제 보장에 앞장선 호위무사가 곳곳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부럽다. 1일 고위급 회담에선 ‘엄중한 사태’가 해결됐느냐고 묻는 우리 측 기자에게 리선권 북한 측 대표가 “무례한 질문”이라고 답하는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언론 질문도 남북관계의 화해와 협력을 도모하는 측면에서 해야 한다는 거다. 이젠 한국 언론에서 남북관계 기사는 성역(聖域)처럼 다뤄질지 모를 일이다.
죽을 뻔한 북-미 회담을 살려낸 데는 김정은과 번개 미팅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의 공이 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대변인처럼 “김 위원장에게 불분명한 건 비핵화 의지가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할 경우 미국이 체제 안전을 보장해줄지의 문제”라고 나선 것은 혼돈스럽다. 내게 불분명한 건 미국이 얌전히 있는 북한 체제를 괜히 침공해 무너뜨릴지 말지가 아니라 김정은이 진짜 핵무기를 폐기할지 말지여서다.
결국 ‘모든 핵 프로그램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실이 2008년 드러나면서 9·19공동성명은 깨졌고 북한은 2009년 2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그 실패한 길을 지금 김정은과 트럼프, 문 대통령 세 사람이 평화와 번영의 길이라며 다시 나선 셈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에게 필요한 시대정신은 상식과 정의라며 “성실하게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 이런 상식이 기초가 되는 나라를 만들 기회를 해방 직후 놓쳤다”고 대선 직전에 낸 책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밝힌 적이 있다. ‘친일’ 세력이 ‘반공’으로, ‘산업화’로, ‘보수’로 이름만 바꿔가며 민주화 이후에도 우리 사회를 지배했다며 경제 교체, 시대 교체, 과거 낡은 질서나 체제, 세력에 대한 역사 교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을 태어나선 안 될 나라로 여겨 전방위 주류세력 교체를 계속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자유 민주 체제까지 함부로 교체하다가는 김정은이 북에서 청했던 ‘뒤늦은 후회’를 부르게 될 수도 있다.
김순덕 논설주간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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