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대법원장이 자초한 '사법의 亂'



대법원장이 자초한 '사법의 亂'

조선일보
  • 조백건 기자


    입력 2018.06.06 03:01

    高法부장판사 "現사태, 재판독립 침해우려" 초유의 집단성명
    高法판사들도 "행정처 수사 반대"… 일선 판사들은 "수사하라"

    김명수 대법원장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들이 5일 회의를 갖고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및 '재판 거래' 의혹을 검찰에 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이 의혹을 조사한 대법원 특별조사단의 발표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인다"면서도 "대법원장, 법원행정처,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의 기구가 (이 사건을) 형사 고발, 수사 의뢰, 수사 촉구 할 경우 향후 관련 재판을 담당할 법관에게 압박을 주거나 영향을 미침으로써 법관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될 수 있음을 깊이 우려한다"고 했다. 재판 경력 25년 안팎의 고법 부장판사들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이 사안에 대해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했던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에 대한 사실상의 항의 표시로 볼 수 있다.

    이 사안을 두고 법원은 둘로 쪼개지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인천지법·의정부지법의 소장 판사들인 단독·배석 판사들은 최근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일부 판사는 "국민과 함께 고발하겠다"고 했다. 반면 판사 경력 15년 차 이상인 서울고법 판사들은 지난 4일 회의를 갖고 수사 촉구에 반대했다. 판사들이 이념 성향, 세대, 직급별로 갈라져 내홍을 빚고 있는 것이다.

    과거 법원은 이른바 '사법 파동'을 여러 차례 겪었다. 대부분은 권위주의 정권이 인사로 법원을 장악하려 하거나 재판 독립을 해치려 할 때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의 양상은 다르다. 한 원로 법관은 "대법원장을 포함한 판사들이 법원 내부 문제로 서로 갈려 충돌하는 새로운 형태의 법란(法亂)"이라고 했다.

    이번 사태 핵심은 "'양승태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정권에 우호적인 판결들로 청와대와 거래를 시도하려는 문건을 만들었다"는 재판 거래 의혹이다. 특별조사단은 "(문건이) 실행되지 않아 형사 처벌할 사안은 아니다"고 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이후 판결 당사자들이 대법정을 점거하는 사
    태까지 발생했지만, 김 대법원장은 "각계 의견을 듣겠다"며 결정을 미뤘다. 그러면서 판사들까지 갈등을 빚는 상황이 된 것이다.

    앞으로 김 대법원장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법원 내부 갈등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허영 경희대 석좌교수는 "의혹을 키워 서로 싸우는 판사들을 보고 누가 재판 결과를 수용하겠느냐"며 "판사들이 사법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06/201806060016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