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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이재명 스캔들, 선거 끝나면 없던 일?

       


[오늘과 내일/이진영]‘이재명 스캔들’, 선거 끝나면 없던 일?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입력 2018-06-12 03:00수정 2018-06-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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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둘 중 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배우 김부선 씨(57)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54)와의 불륜 의혹에 대해 10일 KBS 메인뉴스에서 “제가 살아있는 증인”이라며 거듭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블로그에 “저들의 주장은 대부분 허구이니 100% 안심하셔도 된다”며 거듭 부인했다. 이 스캔들을 키운 바른미래당은 이 후보를 허위사실 공표죄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 후보의 압승을 기대했던 지지자들은 ‘한물간’ 여배우와의 10년 전 밀회 의혹이 북-미 정상회담 이슈에 묻히기는커녕 갈수록 커지는 것이 불만이다. 우선 직접적인 증거가 없다. 김 씨는 “이 후보랑 찍은 사진이 있다”고 했지만 김 씨의 딸은 11일 “이 후보님과 어머니의 사진을 많은 고민 끝에 다 폐기해버렸다”며 어머니의 한 가닥 희망을 날려버렸다. 일 잘하는 도지사 뽑는데 개인사는 왜 들추나. 적폐세력에 최대 지자체를 내주란 말인가.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쓸데없는 것 갖고 말들이 많은데 도지사는 일하는 능력을 보면 된다”고 말해 불을 끄려다 기름을 부었다.


이번 스캔들의 진위를 가리는 건 쓸데없는 일이 아니다. 불륜 의혹이라는 사적인 문제로 출발했지만 이젠 덮어두고 가기 힘든 공적 이슈가 돼버렸다. 김 씨는 KBS 인터뷰에서 “(교제 당시 이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의 부장검사들이 친구인데, 대마초 전과 많은 너 하나 엮어서 집어넣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MBC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인 주진우 씨는 시사IN 기자 시절인 2016년 두 사람의 스캔들이 불거지자 ‘이재명 변호사와 남녀 관계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대신 써서 김 씨에게 공식 해명하라고 문자로 보냈다고 한다. 이 말을 따른 김 씨는 허언증 환자로 전락했다. 유력 정치인이 권력을 동원해 약한 상대를 입막음한 뒤 바보로 만들었다면 그게 작은 일인가.  

추 대표의 ‘쓸데없는 것’이라는 표현은 최고 정치권력을 쥔 여성이 난방비도 버거운 여성을 겨냥해 내뱉은 말이어서 더욱 충격적이다. 사소한 일로 큰일 해낼 스타 정치인의 발목을 잡지 말라는 건가. 김 씨도 2010년과 2016년 불륜 의혹을 부인했던 이유에 대해 “같은 진보를 지지하는 분들이 ‘아무리 나빠도 김부선이 좀 참아라.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물리칠 사람이 이재명밖에 더 있느냐’고 해 그때마다 주저앉았다”고 했다. 해일 밀려오는데 조개 줍지 말라는 논리다.

‘전과자 에로배우’의 호소를 들어주는 일은 인구 1300만의 경기도정을 적임자에게 맡기는 일만큼 중요하다. 그도 딸에겐 ‘세상의 조롱거리로 파괴되면 안 되는 고귀한 엄마’다. 더구나 ‘사람이 먼저다’라는 촛불정부 아닌가. 하지만 김 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했다가 “3류 소설 쓴다”며 인신공격을 받고 있는 공지영 작가는 트위터에서 “내가 고발한 것은 약자를 희생시키지 말자는 것”인데 “눈앞에서 벌어지는 이 테러들에 신고하는 사람 하나 없이… 버스 안에서 윤간당하는 기분”이라고 했다. 진보 역사학자 전우용 씨는 페이스북에 “상식과 양심을 가진 민주 시민들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한 그(이 후보)는 다음 여정을 시작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선거는 선거고 진실은 진실이다. 김 씨는 “이게 거짓이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자기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데 무엇을 걸 텐가.  
 
이진영 채널A 심의실장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