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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목표 30만명 포기]‘재정 의존 고용정책’ 참담한 성적표“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수 있고 고용도 단기간에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정부가 18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올해 고용 목표를 당초 예상치의 반 토막 수준인 18만 명으로 내린 것은 고용 시장이 정부가 제어하기 힘든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당분간 일자리 어려움이 지속될 것”이라며 고용의 장기 침체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고용 활성화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취임 1호 지시로 ‘일자리 상황판’을 내걸었을 만큼 현 정부의 최대 국정과제였다. 하지만 정부가 받아든 올 상반기 고용 성적표는 참담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공공 일자리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 고용 참사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취업자 증가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32만 명으로 잡았다. 당시 미국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 열풍이 꿈틀대던 시기였지만 “소득주도 정책이 성장세를 뒷받침할 것”이라며 장밋빛 고용 전망치를 내세웠다.
수출 주력 품목이 고용효과가 큰 자동차 및 조선에서 자동화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지 않는 반도체로 바뀐 데다 구조조정의 여파가 겹치면서 일자리가 급속도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 수출 증가율은 6.6%에 이르지만 반도체를 제외한 성장률은 0%대다. ‘고용 없는 성장’이 한국 경제를 덮치고 있었지만 당국자들은 수출 호황이란 착시효과에 갇혀 있었던 셈이다. 도규상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자동차, 조선과 달리 반도체는 적은 인력으로 높은 효율을 내는 사업이라 고용 효과가 작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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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줄어든 점도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13만4000명, 2017년 2만1000명 늘었지만 올 상반기에는 6만1000명이 줄었다.
○ 재정 투입 ‘임시 처방’에만 의존
일각에서는 획기적인 개혁을 하지 않고는 취업자 30만 명 시대가 당분간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말 정부는 ‘2018년 경제정책방향’을 내놓으면서 올해 고용 시장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경제 회복은 고용창출 효과가 낮은 수출업 중심으로 회복될 것으로 진단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민간 기업의 발목을 잡아온 규제를 풀어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국고를 투입하는 손쉬운 대책에 치중했다. 올해 일자리 예산은 19조2000억 원으로 지난해(17조1000억 원)에 비해 12.7% 늘었다. 청년 일자리 대책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와 올해 상반기에 편성한 추가경정예산(14조8000억 원)을 포함하면 총 34조 원을 일자리 살리기에 쏟아 부었다.
그 결과 공공부문의 일자리만 늘었을 뿐 민간의 일자리는 쪼그라들었다. 지난달 제조업과 도소매 및 숙박음식점업 등이 전년 동기 대비 기준 각각 12만6000명, 3만1000명 줄어드는 사이 공공 일자리는 9만5000명 늘었다.
그 사이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기업은 사정당국의 압박과 각종 규제 등으로 활력을 잃어갔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일자리는 특성상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떨어지고 다른 일자리를 만드는 유발 효과가 떨어진다”며 “세금을 동원해 공공일자리를 만드는 건 기업의 생산성을 가져다 비생산적인 곳에 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 소득주도 성장 실험은 계속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는 또다시 ‘재정 투입’ 카드를 꺼내 들었다. 3조8000억 원을 투입해 근로장려세제(EITC)를 확대하고 약 3조 원 규모의 일자리안정자금을 준비하는 등 보조금을 들여 인위적으로 소득을 늘리는 단맛에 여전히 빠져 있는 것이다.
재정지출을 늘려 고용을 지키기보다는 저출산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장려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몇조 원씩을 일자리를 현상 유지하는 데 투입하기보다는 이를 저출산 극복에 사용하면 소비 촉진과 생산가능인구 증가 등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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