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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 감동 준 20세 청년의 열정
미국 앨라배마주 펠럼까지 걸어 일터에 도착한 20세 청년 월터 카 씨가 회사 사장으로부터 자동차를 선물 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 출처 AL.com
“그날 힘들겠는데….” 미국 앨라배마주 홈우드에 사는 청년 월터 카 씨(20)는 친구들에게 차를 태워 달라고 부탁하는 전화를 걸었으나 이런 대답만이 돌아왔다. ‘벨홉스’ 이삿짐센터의 운반 직원으로 갓 취직한 그는 2003년형 닛산 중고차가 고장 나 첫 일터에 갈 수 없는 처지였다. 목적지는 자신이 사는 곳에서 남쪽으로 32km(20마일) 떨어진 펠럼 지역.
“(다른 방법이 없으니) 걸어가자.”
카 씨는 12일 밤 12시(현지 시간)가 조금 안 된 시간 집을 출발했다. 미리 4시간 정도 자두었다. 스마트폰 지도에 의지해가며 껌껌한 밤길을 걸었다. 그의 머릿속 단 하나의 생각은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일터에 도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참 직원인 자신은 오전 8시경 이삿짐을 운반하는 집에 모이기로 한 다른 직원들보다 먼저 현장에 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도보로 갈 경우 걸음 속도에 따라 7, 8시간 걸리는 거리였다.
4시간을 걸은 뒤에야 펠럼 지역으로 진입했다. 순찰하던 경찰차가 즉각 그를 향해 사이렌을 울렸다. 흑인인 카 씨를 위험인물로 간주한 것이다.
“(웃으며) 제가 미친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사실 직장에 출근하는 중입니다.”(카 씨)
그의 사정을 들은 경찰관 3명은 가슴이 뭉클했다. 청년을 24시간 음식점인 ‘와타버거’로 데려가 이른 아침을 사줬고 점심용 햄버거까지 챙겨줬다. 경찰들은 그를 안전한 곳까지 몇 km를 태워다 줬다. 이후 만난 다른 경찰도 사정을 듣고 그를 태워줬다. 그 덕분에 당초 예상보다 빠른 13일 오전 6시 반경 이삿짐 운반을 요청한 제니 레이미 씨(54)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레이미 씨는 그 이른 시간에 문 밖에 서 있는 카 씨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에게 다른 직원들이 오기 전까지 쉬라고 권했다. 그러나 그는 물 한 잔을 얻어 마신 뒤 곧바로 이삿짐 운반 작업에 돌입했다. 레이미 씨는 카 씨가 기특해 이것저것 물었고 그의 대답은 이랬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모든 것을 잃고 고향 뉴올리언스를 떠나 어머니와 함께 앨라배마로 왔어요. 제 꿈은 오직 하나예요. 직장생활과 야간대학을 병행한 뒤 해병대에 자원입대하는 것입니다.”
레이미 씨는 어린 청년의 열정과 직업정신에 감동받았고 그 이야기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사연은 소셜미디어에 순식간에 퍼져 나갔고 카 씨의 회사 루크 마클린 사장도 알게 됐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출신의 30대 자수성가형 마클린 사장은 청년에게서 젊은 시절의 자신을 보는 듯했다. 마클린 사장은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월터(카 씨)와 같은 팀(회사)에서 일하게 돼서 기쁘다. 월터는 쉽고 편한 일만 찾는 젊은이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어린 나이에 직장의 소중함을 벌써 알고 있다”고 칭찬했다.
마클린 사장은 카 씨에게 자신이 타던 2014년형 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16일 열린 자동차 증정식에 모두 모였다. 카 씨에게 햄버거를 사주며 용기를 북돋아 준 펠럼 경찰관들, 그의 이야기를 널리 알린 레이미 씨까지. 특히 레이미 씨는 카 씨의 고장 난 자동차 수리비를 마련해주려고 이미 페이스북을 통해 모금 활동을 펼쳤고 단 하루 만에 8500달러(약 962만 원)를 모았다. 당초 목표치인 2000달러(약 226만 원)를 훌쩍 넘었다. 레이미 씨는 “약 7시간을 걸어온 그가 무거운 이삿짐 박스를 들 때 마음이 아팠다. 자동차는 생겼으니 수리비 모금액은 학비에 보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사연을 보도한 ABC방송은 “20마일 출근 대장정이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 전했다.
정미경 전문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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