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치,사회

北 핵-장사정포 그대론데...우리는 스스로 눈 가리고 손 묶었다



北 핵·장사정포 그대론데… 우리는 스스로 눈 가리고 손 묶었다

조선일보
  •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 평양 공동취재단


    입력 2018.09.20 03:01

    [평양 南北정상회담] 공중·지상 적대행위 중단

    19일 평양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지상·해상·공중 모두에서 남북 간 적대 행위 중단 구역을 설정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사실상 남북 간 불가침 선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조치들이 우리 안보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리 군 스스로 무장해제한 것이란 비판도 적잖다.

    , 우리 킬 체인 문제 삼을 수도

    합의서에 따르면 남북은 육··공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이 되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상대방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과 무력 증강, 다양한 형태의 봉쇄·차단 및 항행 방해, 상대방에 대한 정찰 행위 중지 문제 등을 '남북군사공동위원회'에서 협의하기로 했다.

    ·미 연합훈련은 물론 우리 군의 독자적인 전력 증강 계획까지 북한이 군사공동위에서 제동을 거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의 종전 행태에 비춰 볼 때 우리 군의 탄도미사일전력, 북한 지도부와 핵심 시설을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등을 문제 삼을 수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DMZ(비무장지대)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10~40의 비행 금지 구역을 설정하고 공중 정찰 활동을 중단키로 한 것은 문제가 크다고 했다. 전투기·정찰기의 경우 동부전선은 군사분계선에서 40, 서부전선은 20를 비행 금지 구역으로 설정하기로 했다. 이 구역에선 항공기의 공대지미사일 사격 등 실탄 사격을 동반한 전술 훈련, 공중 정찰 활동이 금지된다. 현재 비행 금지 구역은 유엔사에 의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9로 설정돼 있다.

    DMZ 일대를 감시하는 전술 정찰기와 중·대형 무인기 전력에선 한·미 양국이 북한군에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우리 쪽 정찰 감시 능력만 약화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은 평양-원산선 이남에 육해공 전력의 70%가량을 전진 배치해 놓고 있어 우리로선 DMZ 인근 정찰 감시 활동이 중요하다.

    북 장사정포 감시 어려워질 듯

    정찰 활동이 중단되면 수도권을 위협하는 340여 문의 북 장사정포 감시에 큰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 신원식 전 합참차장은 "갱도 진지 안에 들어 있는 북 장사정포 감시는 무인정찰기에 많이 의존하는데 앞으로 제대로 정찰 활동을 하기 어렵게 됐다"고 했다. 남북은 또 오는 11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도 중지하기로 했다. 지상에서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5내에서 포병 사격 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 훈련을 중지한다. 군 소식통은 "앞으로 최전방 철책선 인접 전방부대의 전술훈련은 어려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남북은 또 비무장지대 내 모든 GP(감시소초)를 철수하기 위한 시범적 조치로 군사분계선(MDL) 1이내 근접해 있는 남북 GP 각각 11곳도 시범적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북한 GP160여 곳으로 우리(60여 곳)보다 2.5배가량 많다. 똑같은 수만큼 철수하면 우리 군 전력에 미치는 여파가 더 큰 것이다.

    이날 합의서는 송영무 국방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서명했다. 일각에선 정상회담을 마치고 서울로 복귀한 뒤 며칠 후면 물러날 송 장관이 이번 군사적 합의와 같은 중대한 사안에 서명하는 것이 적절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20/201809200033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