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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2대째 모은 문화재급 소장품 300점,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2대째 모은 문화재급 소장품 300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21일 손창근씨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불이선란도'. 손씨는 이 작품 외에도 총 304점의 소장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중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21일 손창근씨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추사 김정희(1786~1856)의 '불이선란도'. 손씨는 이 작품 외에도 총 304점의 소장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중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급 304점, 국립박물관에  
'아버지에서 아들로….' 

손세기·손창근컬렉션 국립중앙박물관에 21일 기증
국립박물관, 22일 '손세기·손창근기증 명품 서화전'

한 가문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정성을 다해 모아온 문화재급 명품 소장품 304점을 21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이날 기증된 소장품 중엔 추사 김정희(1786~1856)가 만년에 그린 불후의 명작 '불이선란도'와 15세기 최초의 한글 서적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초간본(1447년)등이 포함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은 21일 손창근(89)씨로부터 '손세기·손창근컬렉션' 을 총 202건 304점을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손세기·손창근컬렉션
손세기·손창근컬렉션은 개성 출신 실업가 고故 석포(石圃)손세기(1903~1983) 선생과 장남 손창근씨가 대를 이어 수집한 문화재다. 이 컬렉션은 17세기 명필 오준(吳竣)과 조문수(曺文秀)의 서예 작품을 비롯해 18세기~ 20세기 초 대표적인 한국 서화가인 정선, 심사정, 김득신, 김정희, 전기, 김수철, 허련, 장승업, 남계우, 안중식, 조석진, 이한복 등의 작품, 그리고 오재순, 장승업, 흥선대원군 등의 인장으로 이뤄져 있다.  
 
겸재 정선(1676~1754)이 그린 '북원수회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겸재 정선(1676~1754)이 그린 '북원수회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정선『북원수회첩』도 포함 
이 컬렉션에는 값을 따질 수 없는 지정문화재급 명품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겸재(謙齋) 정선(鄭敾,1676~1754)이 서울 장의동(장동)안 북원에서 마을 원로들의 장수를 기원한 축하 잔치 장면을 그린'북원수회도(北園壽會圖)'가 수록된 『북원수회첩(北園壽會帖)』(1716년 이후)도 그중 하나다. 
 
추사 김정희의 명작 중 하나인 '잔서완석루' [국립중앙박물관]

추사 김정희의 명작 중 하나인 '잔서완석루' [국립중앙박물관]

김정희의 40대 작품으로 추사체가 형성돼 가는 과정과 청나라 문인과의 교유관계를 보여주는 '함추각행서 대련(涵秋閣行書對聯)(1831년 이전) 그리고 김정희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불이선란도'와 '잔서완석루(殘書頑石樓)'도 있다. '잔서완석루'는예서 글씨 편액인데, 조선시대 문인들이 지향한 학문과 예술 그리고 기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걸작으로 꼽힌다. '불이선란도'는 난초 그림으로 김정희가 지향한 학예일치의 경지를 보여주는 걸작 중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21일 300여 점의 소장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손창근(오른쪽)씨 부부.[사진 국립중앙박물관]

21일 300여 점의 소장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손창근(오른쪽)씨 부부.[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손씨, "죽을 때 가져갈 수 없으니…"
손씨는 21일 열린 기증 기념식에서 "한 점 한 점 정이 든 물건들이다. 죽을 때 가져갈 수도 없고 고민 생각하다가 박물관에 맡기기로 했다"며 "우리나라의 귀중한 국보급 유물들을 저 대신 길이길이 잘 보관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앞으로 기중품에 '손아무개 기증'이라고 붙여달라. 저는 그것으로 만족하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컬렉션은 일찍이 1972년 국립중앙박물관 '한국회화' 특별전을 비롯해 다수의 전시와 서적에 소개됐으며 한국미술사 연구 분야에서 중요하게 다뤄져 왔다. 손창근씨는 2005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전시와 연구에 써달라며 국립중앙박물관에 컬렉션을 기탁한 바 있다. 금년 11월 아흔 살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조건 없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고 손세기 선생은 일찍이 고향 개성에서부터 인삼 무역과 재배에 종사한 촉망을 받은 실업가였고, 특히 우리 겨레의 토착 자본의 성장에 기여한 개성삼업조합에서도 중심 역할을 했다. 그의 아들 손씨는 서울대 공과대학을 졸업 후 공군을 예편하고, 1960년대 외국인 상사에서 다년간 근무한 이후 사업에 매진했다. 
 
대를 이은 나눔 정신  
손세기 선생은 생전인 1974년 서강대에 '양사언필 초서'(보물제1624호) 등 고서화 200점을 기증했다. 이어 선친의 나눔 정신을 계승한 손씨는 2008년 국립중앙박물관회에 연구기금으로 1억원을 기부했다. 2012년에는 50여년간 매년 자비로 나무를 심고 가꾸어 온 경기도 용인의 1,000억대산림 약 200만평(서울 남산의 2배 면적)을 국가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미 산림녹화 공적으로 1966년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한 그는 전대미문의 기부로 2012년 최고 훈장인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현재 이 산림은 선친의 아호를 딴 ‘석포숲 공원’으로꾸며져 많은 시민의 휴식처가 됐다. 또한  88세가 되던 2017년에도 50억 상당의 건물과 함께 1억원을 KAIST에 기부했다.  

 
국립중앙박물관, 22일부터 전시
국립중앙박물관은 손세기·손창근부자의 숭고한 기증 정신을 길이 기리고자 상설전시관 2층 서화관에 ‘손세기·손창근기념실’을 마련했다. 이 기념실은 손세기·손창근컬렉션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 서화 소장품을 전시해 우리나라 서화 유산의 정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 기념실의 첫 번째 전시는 김정희 서화에 초점을 맞춘 '손세기·손창근기증 명품 서화전'을 22일부터 연다.  

 
이 전시에는 김정희의 '불이선란도','잔서완석루' 등과 김정희 제자 허련이 그린 '김정희 초상', 그리고 19세기를 대표하는 남계우의 '호접묘도(胡蝶猫圖), 장승업의 회화가 전시된다. 두 번째 기증 명품 서화전은 내년 3월에 열리며, 여기에는 정선의 『북원수회첩』,'비로봉도'등이 전시될 예정이다.  
 
배기동 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손세기·손창근컬렉션 기증은 국립중앙박물관을 넘어 대한민국 역사상 손에 꼽을 경사스러운 일"이라며 "우리나라 기증 및 기부 문화가 퍼져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기증자의 아름다운 뜻이 널리 알려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은주 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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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중앙일보] 2대째 모은 문화재급 소장품 300점,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