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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박범계, 비례대표 후보에게 수천만원 특별당비 요구"

"박범계, 비례대표 후보에게 수천만원 특별당비 요구"

                                        

 
“공천이 확정된 비례대표 후보에게 특별당비 명목으로 수천만 원을 받아도 문제되지 않는다.”  

김소연 의원, 박범계 의원이 선거전 "특별당비 요구했다"
민주당과 선관위 "대가성만 없으면 문제될 게 없다"
법조계, "형법상 사후뇌물죄처럼 법 위반 가능성 충분"

특별당비의 적법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김소연(더불어 민주당) 대전시의원이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범계(대전 서구을) 국회의원이 특별당비 납부를 요청했다”는 글을 올리면서부터다.
지난 5월 22일 석가탄신일에 대전시 서구 탄방동 세등선원 행사에 참석한 박범계 의원(가운데)이 김소연 의원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본 김소연 의원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김소연 의원]

지난 5월 22일 석가탄신일에 대전시 서구 탄방동 세등선원 행사에 참석한 박범계 의원(가운데)이 김소연 의원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를 본 김소연 의원은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김소연 의원]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6월 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석가탄신일(5월 22일)에 서구 탄방동 세등선원(선방)에 갔는데, 앞줄에 앉아있던 박범계(당시 대전시당위원장)의원이 자신과 함께 뒷줄에 앉아있던 채계순 대전시의회의원선거 비례대표 후보에게 ‘돈 준비해야겠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자신의 핸드폰에서 어떤 표를 보여줬고, 그 표에는 서울시비례 7000만원, 광역시·도 비례 3500만원이라고 쓰여 있다는 것이다. 이에 채 후보가 '너무 비싸다'라고 툴툴거렸고, 박 의원은 '서울은 7000인데 뭐가 비싸냐'고 핀잔을 줬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 [연합뉴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그날 오후 공천장 수여식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는 채 후보가 비례대표 공천자로 확정되기 전 박 의원이 특별당비 납부를 요구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김 의원의 폭로는 박범계 의원이 채 의원에게 100% 당선이 확실한 대전시의원 비례대표 1번을 주고, 특별당비 명목으로 불법적인 돈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살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채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당헌·당규 특별당비 납부 규정에 따라 지난 5월 27일 시당 계좌로 1500만 원을 입금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대전시당도 "특별당비 납부는 위법 사항이 아니며 중앙당에서 중앙선관위에 질의·회신한 결과와 당헌·당규에서 정해진 바에 의해 납입 처리된 당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특별당비는 용어부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공직선거법(47조2항)에 따르면 정치자금법에 따라 후원금이나 당비 납부 이외에는 선거 관련 어떠한 금품을 주고받지못하게 돼 있다.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상에 ‘특별당비’라는 용어는 없다. 대전시선관위 관계자는 “‘특별당비’라는 말은 정당에서 ‘선거 때 특별히 받는 돈’이라는 의미로 부르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문제는 또 있다. 채계순 의원처럼 특별당비를 낸 게 과연 적법하냐는 것이다. 공천을 대가로 돈을 주고받으면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에 의해 처벌받는다. 그런데 채 의원 등은 공천을 받고 나서 돈을 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한다. 한마디로 공천 대가가 아니라는 말이다.
김소연 의원이 지난 20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소연 의원이 지난 20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이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공천을 받은 다음에 돈을 냈어도 공천 대가로 판단할 수도 있다”고 한다. 조수연 변호사는 “특별당비 납부와 공천확정과의 선후를 따지지 말고, 공천과 관계없이 그 거액을 특별당비로 낼 사람이 있겠냐”며 “공천 선후를 떠나 공천을 받은 사람이 거액을 납부했다면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현행 형법에서도 사후 뇌물죄 처벌 규정이 있다. 사전에 약속하고 거래가 성사된 다음 금품을 전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또 공직선거법에서도 후보가 당선된 다음 지지자들을 모아놓고 식사 대접만 해도 기부행위 위반으로 처벌된다.  
 
특별당비 규모를 사전에 정해 놓은 것도 대가성을 의심받게 하는 대목이다. 김소연 의원에 따르면 박범계 의원이 서울시비례 7000만원, 광역시·도 비례 3500만원이라고 쓰여진 표를 보여줬다고 했다. 그런데 민주당 대전시당은 1500만원으로 정했다고 했다. 게다가 채 의원은 지난 5월 27일에 특별당비를 냈다고 했는데, 민주당 대전시당은 5월 23일과 24일 양일간에 걸쳐 납입됐다고 했다. 납입 날짜가 서로 어긋나고 있어 의문을 증폭시킨다.
 
특별당비의 용도에 대한 주장도 엇갈린다. 채 의원은 '여성정치인 발굴과 양성을 위한 저의 평소 소신에 따라 자발적으로 낸 것'이라고 했지만, 대전시당은 '선거에 드는 실비 성격의 자금'이라고 했다.
 대전 서구 평송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대전시당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박범계 의원 등 주요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서구 평송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대전시당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박범계 의원 등 주요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박범계 의원은 지난 21일 김소연 의원의 불법자금 강요 폭로와 관련 “지난 4월 11일 차 안에서 김소연 의원에게 ‘선거전문가’로 불리는 변재형씨가 돈을 요구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김 의원이 폭로하기 전까지 사안의 위중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 의원은 지난 15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김 의원이 폭로하기 전까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 당무감사원장에 임명됐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박범계, 비례대표 후보에게 수천만원 특별당비 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