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승용차에서 운전자를 구조 중인 택배기사 유동운(35)씨. 블랙박스 영상 캡처

불타는 승용차에 뛰어들어 운전자를 구한 의인의 행동이 뒤늦게 알려졌다.

택배 기사 유동운(35)씨는 지난 8일 전북 고창군에서 배송을 마치고 물류 터미널로 돌아가던 중 도로 옆 논 위에서 흰색 BMW 승용차 한 대가 불타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

유씨는 불타는 승용차에서 나는 경적 소리를 듣고 승용차 안에 사람이 있다고 판단해 서둘러 차에서 내려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승용차 안을 살펴 본 유씨는 망설임 없이 차 문을 열고 운전자를 끌어냈다. 유씨가 운전자를 끌어내는 동안 차량 앞쪽의 불길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유씨는 운전자를 끌어내 승용차와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겼다. 이후 도로 위에 정차해 둔 자신의 트럭을 옮겨 주차한 뒤 다시 운전자에게 돌아와 자신의 근무복을 벗어 덮어주며 안심시켰다. 유씨는 119 구조대에 신고해 구조대와 통화하며 다친 운전자를 보살폈다.

출동한 구조대에 다친 운전자를 넘긴 후 유씨는 업무에 복귀했다. 그리고 며칠 뒤 사고 운전자의 가족은 유씨를 찾아와 세탁한 근무복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유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유씨의 선행은 그의 지인이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사연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유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구조 당시 “(경적 소리를 듣고) 사람이 차 안에 있다는 걸 알고 그냥 뛰어내려 간 것뿐”이라며 “지금 아니면 구할 수 없겠다는 생각에 앞뒤 살필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소방서는 지난 19일 유씨의 공로를 인정해 표창장을 수여했다. 세 남매의 아버지인 유씨는 “아이들이 소방서에 가서 상 받고 사진 찍을 때는 어리둥절하다가 소방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좋아했다. 그날 저녁 뉴스에 내가 나오자 ‘아빠 최고’라며 안겼고, 그때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전북 고창소방서는 19일 유동운씨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전북고창소방서 제공

3년차 택배기사인 유씨는 “아내는 혹시라도 다칠까봐 걱정했지만, 비슷한 상황을 목격한다면 다시 구하러 달려가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씨의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택배가 아니라 희망을 배달하는 기사님”이라며 유씨를 칭찬하고 있다. 한편, 유씨가 속한 CJ 대한통운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유씨를 표창하고 격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