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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경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착각...잘못된 방식 고집하니 나아지겠나"



[논설실의 뉴스 읽기] "경제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착각… 잘못된 방식 고집하니 나아지겠나"

입력 2019.01.24 03:14

[김창균 논설주간이 만난 김종인 前 민주당 대표]
'경제 민주화' 전도사의 정국 진단

                  
집권 3년 차를 맞아 바람 잘 날 없는 문재인 정권을 지켜보며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떠올랐다. 2016년 총선을 앞둔 야권은 문재인과 안철수, 두 대선 후보급 인사가 갈라서면서 선거 참패 위기감에 휩싸여 있었다. 실제 선거 결과가 그렇게 나올 경우 문 대통령의 대선 재수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김 전 대표 집을 찾아가 간곡하게 당을 맡아달라고 부탁한 것도 그런 배경이었을 것이다.

김 전 대표가 지휘봉을 쥔 민주당은 총선에서 123석을 차지하며 원내 1당에 올라섰다. 김 전 대표의 당 운영 노선에 반발했던 친문들도 '김종인이 아니었으면 얻기 어려웠던 결과'라고 인정했다.

그랬던 김 전 대표는 1년 후 대선에선 문 대통령 반대편에 서서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세 사람의 단일화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그는 정치판을 완전히 떠난다고 선언했다. 그런 그가 요즘 정국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궁금했다. 김 전 대표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경제 돌아가는 얘기로 한정한다"는 조건으로 만나자고 했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 그의 사무실에서 1시간 동안 인터뷰를 가졌다. 그는 경제 이론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지만 지면 관계상 다 옮기지는 못한다.

―집권 1년 반을 넘긴 문재인 정권의 성적표에 몇 점을 주겠나.

"지지율이 70%를 웃돌다 요즘은 50% 밑으로 떨어졌다. 그게 국민이 채점한 성적표다. 특히 경제가 나빠지고 있다."

―경제가 나빠진 이유가 뭘까.

"의지와 힘만 있으면 경제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경제정책은 절대 바꿀 수 없다고 버티는 것이 그런 착각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성립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려주면 수요가 늘어나서 성장률도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지 않으면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다. 임금은 근로자에겐 소득이지만 사용자에겐 비용이다. 최저임금을 억지로 올리면 일부 근로자 소득은 오르겠지만 자영업자, 소상공인은 고용을 줄이고 채용을 하지 않는다. 거기서 발생하던 소득이 줄게 된다. 한쪽을 억지로 늘리면 다른 쪽이 주는 게 경제 원리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조선일보 김창균 논설주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전 대표는“경제 얘기만 하겠다”며 응한 인터뷰에서“올해 경제가 더 어려워질 텐데 집권 세력은 그런 심각성도 못 느낄뿐더러, 그것을 타개할 능력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호 기자
―김 전 대표가 주장했던 경제 민주화도 소득 주도 성장과 통하는 개념 아닌가.

"경제 민주화는 시장경제 메커니즘이 완벽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사후적으로 보완하자는 거다. 그런데 현 정부는 시장 메커니즘 자체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 하고 있다. 시장경제를 작동시키는 핵심 변수가 가격인데, 임금이라는 가격에 손대고 있지 않나. 그래서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어려움은 인정하지만 문제점을 보완해서 나아질 것이라고 했다.

"작년보다 경제가 나빠지면 나빠지지 결코 좋아지지 않을 것이다. 중국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국제경제 환경부터 안 좋아지고 있다. 우리가 의존해 온 반도체 수출이 1월부터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주력 수출품목 열몇 개 중 한두 개를 빼놓고는 다 내리막길이다. 요즘 들어 혁신성장을 강조하던데 정부가 혁신성장을 돕는 길은 정부·기업·대학이 삼위일체가 돼서 혁신을 이끌 연결 고리를 만들어 준다든지, 중소기업들이 경쟁력 향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 정도인데 막상 그런 일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문재인 정부에 경제 살리기를 위한 충고 한마디를 한다면.

"신념이나 구호로 경제를 움직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신념대로 밀고 나갔다가 결과가 나쁘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가. 경제는 도그마에 사로잡히면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지난 1년 반의 경험을 교훈 삼아 남은 3년 반은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5년 임기 정권은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는 과정과 마찬가지다. 사람이 태어나서 백일 지나면 형체가 이뤄지고 돌 되면 걷는 것처럼 정권도 1년 지나면 제 발로 딛고 일어나 달음박질칠 단계가 돼야 되는데 그대로 갓난쟁이 상태다. 1년 반 동안 잘못 자란 탓인데 똑같은 방식을 고집하니 나아질 리가 있겠느냐."

―문 정부가 경제정책을 보완할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인가.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으려면 판단 능력과 지혜가 겸비돼야 하는데 두 가지 다 결핍돼 있다."

―문 정부 진용이 무능하다는 말로 들린다. 문 대통령의 인재 풀이랄까, 사람 쓰는 눈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인재 풀이랄 게 있나. 인사 주머니가 텅 비어 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한 번 정도 개각을 염두에 두고 분야별로 두 사람 정도는 유능한 인재들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김 전 대표는 올 한 해 우리 경제에 한파가 몰려올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하는 것으로 인터뷰를 매듭지었다.

"다들 어렵다 어렵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1960년대 경제 개발 시작한 이후 여태까지 한 번도 결정적인 어려움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1997년 IMF 위기를 겪었지만 빠른 시일 내에 극복했고 2008년 금융 위기도 우리에겐 큰 영향이 없었다. 최근 들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부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는데 정부가 근본적인 문제를 태클하지 않고 지금처럼 시간을 보내면 진짜 엄혹한 시기를 맞을 수 있다. 정부부터 정신을 차리고 국민을 각성시켜서 노동 개혁을 비롯한 근본적인 수술을 시작해야 한다. 이 정부는 그런 심각성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느껴도 실행할 능력이 전혀 없어 보인다. 정말 큰일이다."


["지금 집권당, 박근혜 세력과 똑같이 '20년 집권' 자만… 내년 총선서 심판받을 것"]

김 전 대표가 "정치 문제는 빼고 하자"는 조건을 달았지만 몇 가지 질문은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2016년 총선 때 문 대통령을 도와 총선 승리를 이끈 것이 문 정부 탄생의 기반이 됐다. 문 대통령의 어떤 자질을 보고 돕겠다고 결심한 것인가.

"문재인 개인을 도우러 간 게 아니었다. 야당이 분열해서 궤멸 위기를 맞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힘을 보탰다."

―과거 인터뷰를 보면 문 대통령이 정직하고 솔직해 보였다고 했다.

"그때는 그렇게 봤다."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나.

"지금 보니 솔직하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잘못 봤던 것인지, 아니면 사람이 변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과거 했던 말과 다른 말을 많이 하고 있지 않나. 또 자기 말을 꼭 남의 말처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장래를 어떻게 점치나.

"내년 총선에서 심판받을 것이다."

―총선은 상대적인 게임이다. 야당이 현 정부의 실정을 추궁해서 득표에 연결할 능력이 있을까.

"2016년 총선을 봐라. 그때도 집권당이 야당의 분열만 믿고 180석을 얻느니 20년 집권하느니 자만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심판받지 않았나. 지금 집권당이 그때 박근혜 집권 세력과 똑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래도 집권당 지지율이 야당의 두 배가 넘는데.

"문재인
정부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지난번 경제팀을 바꿀 때 경제정책 기조를 바꾸고 새 출발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대로 가겠다는 것 아닌가. 경제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1년 이렇게 가면 내년 이맘때는 심판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가 나라가 어떻게 되겠느냐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너무 그럴 필요 없다. 우리 국민은 필요할 때 반드시 심판해 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1/23/20190123038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