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 칼럼]‘중국의 패권’에 줄 선 친중파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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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읽은 리영희 책 추천한 文, 親中·反日의식도 화석처럼 굳어진 듯
집권세력이 멋대로 법 적용하는 중국식 국가 주도의 정치적 자본주의
남측은 이미 채택한 것 아닌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쓴 ‘축적의 시간’(2015년)을,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갓 출간된 ‘일의 미래’(2017년)를 소개한 데 비해 문 대통령은 1974년에 나온 리영희의 책을 들었다. “대학 시절 이 책을 읽고서 내가 상식이라 믿었던 많은 것이 실은 우물 안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며 “새 시대의 정의와 가치를 상상할 용기를 얻었다”는 거다.
중국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을 미화하고 미국의 반공주의와 일본의 정치대국화를 비판한 책을 왜 지금 시대에 국민이 읽어야 하는지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세상이 놀랍게 달라졌는데 새롭게 지식을 축적한 책은 없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23일 열린 한중, 한일 정상회담을 보니 1970, 80년대 운동권을 사로잡은 그 책이 화석처럼 청와대 뇌리에 박혀 있다는 느낌이 든다. 리영희는 2007년 “내가 20∼30년 길러낸 후배와 제자들이 남측 사회를 쥐고 흔들고 있다”고 자랑한 바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21세기 세계질서를 좌우할 패권 경쟁으로 확대된 지금, 남측 대통령은 전환시대의 논리 속에 매우 이상적으로 묘사된 중국 모델을 따라 한 번도 경험 못 한 나라로 갈 모양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양국은 오랜 교류 역사와 유사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운명공동체”라고 말했다. 운명공동체 구축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중흥을 꾀하는 중국몽(夢)에 다른 나라를 참여시킨다는 중국의 외교 목표다. 시진핑이 “세계는 100년 만에 찾아온 대급변을 겪는 중”이라고 강조한 것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년인 2049년까지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
대통령 측근 양정철이 소장인 더불어민주당의 민주연구원은 7월 중국 공산당 간부를 양성하는 중앙당교와 교류 협약까지 맺었다. 공산당의 어떤 전략을 교류했는지 모르지만, 민주당이 친여 정당들과 야합해 만든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친북·친중 좌파 연합정권의 장기집권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까지 처리되면 부패 척결의 미명 아래 시진핑이 정적들을 궤멸시킨 중국 국가감찰위원회 뺨치는 사정기관도 등장할 것이다.
경제 체제를 놓고 벌어지는 미중 패권 경쟁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중국 모델을 충실히 따라가는 모습이다. 공산주의가 소련식, 중국식으로 갈라져 경쟁하다 중국의 승리로 끝났듯이 현재 자본주의는 미국식과 중국식으로 분화해 경합하고 있다.
선거로 뽑은 지도자가 무능한 사람으로 밝혀지는 것보다 선거 없이 집권한 지도자가 경제 실적으로 능력을 입증하는 중국 모델이 가끔 부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사법부까지 통제하는 국가 주도의 정치적 자본주의는 권력자들의 부패와 나쁜 정책, 나쁜 결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는 게 문제다. 국가, 인민 또는 촛불이라는 이름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견제할 대의민주주의는 그래서 필요하고도 중요하다.
어쩌면 문재인 정부는 국가 주도의 자본주의로 들어섰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특정 업체에 특혜 대출을 해도 의법처리를 할지 말지 중국 모델에선 정치 엘리트 편의대로 판단한다니 이미 우리는 소중화(小中華)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를 봐도 나아질 구석이 없는 나라, 희망 없이 살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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