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0분 호흡법에 수면장애가 사라졌어요”[양종구 기자의 100세 건강]
양종구 기자 입력 2020-06-04 03:00수정 2020-06-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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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심 대표가 편안히 앉아 단공호흡을 하고 있다. 단공호흡은 단전의 기를 비우고 새로운 기를 불어넣는 호흡법으로 심신의 안정을 찾아주는 효과가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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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심 갤러리 나우 대표(62)는 올 초부터 매일 단공호흡(丹空呼吸)을 하면서 제대로 잠을 자고 있다. 과로 탓에 자율신경실조증에 걸려 수면장애에 시달렸는데 호흡법을 하면서 숙면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2018년 뼛골이 쑤실 정도로 크게 아파 고생했다. 두 달 반 동안 온몸이 쑤시고 정신은 몽롱하고…. 무엇보다 잠을 잘 수 없었다. 양의사, 한의사 다 찾아다녔지만 소용이 없었다. 1박 2일 수면다원검사 결과 부교감신경계가 작동하지 않는 자율신경실조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자야 할 시간에도 신경이 곤두서 있어 잠을 잘 수 없는 병이다. 원인은 과로였다. 사진디자인을 전공한 뒤 대학 강의(경민대, 성균관대, 홍익대, 상명대, 국민대)와 전시를 병행했고, 2006년부터 갤러리 나우를 운영하면서 새벽부터 밤까지 일이 이어진 것이다. 수면 유도제와 수면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영양제도 한 주먹씩, 항산화제까지 먹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는 이 세상에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정상적으로 뛰고 걷는 사람과 나처럼 끝없이 죽음으로 걸어 들어가는 사람. 웃으면서 걸어 다니는 사람이 너무 부러웠다”고 회상했다.
한의사를 만나 침을 맞으며 다소 회복되기도 했지만 수면 뒤 개운치 못한 느낌은 계속 남아 있었다. 올 1월 갤러리 나우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강남으로 옮기며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강남 지인의 소개로 10년 넘게 단공호흡법을 연마하고 있는 변규주 선생(54·영농조합 푸른알 이사)을 만나 호흡법을 배운 것이다. 이 대표는 “변 선생이 제 얼굴을 보자마자 호흡법을 하라고 조언했어요. 시커먼 안색을 보고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처음 호흡법을 한 날부터 느낌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단공호흡법은 말 그대로 ‘단(丹)’을 비우는 호흡법이다. 다음은 변 선생의 설명이다. ‘우리 몸에는 항상 기운이 흐르고 있다. 기(氣)와 혈(血)이다. 혈 흐름의 중심은 심장이며 기 흐름은 단전(丹田)이 주관한다. 단전은 그 작용에 따라 세 곳으로 나눌 수 있다. 생각을 주관하는 상단(머리), 느낌을 주관하는 중단(가슴), 행을 주관하는 하단(아랫배)이다. 일반적으로 단전은 하단을 가리킨다. 단전 기운의 원활한 흐름이 건강한 신체의 기본이 된다. 스트레스 등으로 기가 흐르지 못하고 막히면 몸에 이상이 온다. 호흡법으로 단을 비워 새로운 기를 넣어주면 흐름이 원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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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공호흡법은 앉아서 해도 되지만 큰 대자로 누워, 양팔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도록 벌리고, 양다리도 어깨넓이만큼 벌린 자세로 하면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입으로 숨을 들이마시며 아랫배를 불룩하게 내밀고 입으로 길게 내쉬며 배가 등에 닿도록 뱉기를 반복한다. 시간은 30분 정도가 적당하다. 이 대표는 호흡법을 5분만 해도 된다는 변 선생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 그는 “매일 호흡법을 하긴 쉽지 않았는데 5분만 하라는 말에 ‘그럼 매일 할 수 있겠지’ 하며 시작했어요. 그런데 5분이 10분이 되고, 10분이 20분, 금방 30분이 갔어요. 호흡하며 잠들어도 좋다는 말도 호흡법을 지속시켰죠. 실제로 잠에 쉽게 빠져들었어요”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주로 밤에 호흡법을 했다. 잠들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한 달이 지나자 안색이 밝아지며 주위로부터 “뭐 좋은 것 먹었냐”는 반응이 왔다. 잠을 잘 잤기 때문이다. 호흡법을 통해 욕심도 버렸다. 이 대표는 “솔직히 전 제자들이나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했죠. 호흡법을 한 뒤 우리 아들이 ‘엄마 요즘 왜 그래?’라고 해요. 다른 때 같으면 짜증을 냈을 텐데 웃어넘기는 것을 보고요”라며 웃었다. 호흡으로 단을 비우며 마음도 비웠기 때문이다. 변 선생은 “호흡을 하며 기를 비우고 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침묵으로 마음을 비우는 단계까지 가는 게 중요합니다. 요즘 시대에는 채우려고만 하다 보니 순리에 역행해 온갖 병을 가지게 됩니다. 호흡하며 생각 버리기도 함께 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호흡법을 하며 삶에 여유가 생겼지만 가끔 이렇게 게을러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해요. 아직도 버려야 할 욕심이 더 있다는 얘기죠. 이게 숙제입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호흡법 전도사가 됐다. 몸이 달라지니 자연스럽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호흡법을 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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