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일본인의 청소 본능
미국 야구가 일본과 다른 점은? 일본의 야구 영웅 이치로가 답했다. 야구 기술 문제가 아니었다. “일본과 달리 미국 더그아웃은 너무 더럽다.” 이치로는 야구 실력만큼 청소광으로 유명하다. 신발 밑창 흙을 쇠솔로 긁어내고 유니폼 잔털을 소형 가위로 제거한 다음 필드에 나갔다. “깨끗한 글러브로 훈련해야 몸에 새겨진다. 더러우면 남지 않는다.” 이러니 선수들이 침과 해바라기 씨를 쉴 새 없이 뱉는 미국 더그아웃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일본에 도착하면 많은 외국인이 깨끗하다는 첫인상을 받는다. 먼저 도로가 깨끗하다.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도 깨끗하다. 화물차, 공사 트럭까지 깨끗하다. 심지어 청소차인데 광택이 난다. 과장이 아니다. 황사, 미세 먼지가 한국보다 덜하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일본인은 청소를 자주 한다. 인부가 공사장 울타리 흙먼지를 작은 솔로 털어내는 풍경은 일본이 아니면 보기 어렵다. “금방 또 쌓일 먼지를 왜 털어낼까. 삽질이나 더 하지.” 이렇게 말하는 외국인도 많다.
▶기업가 마쓰시타가 일본 정치에 새 피를 공급하겠다며 정경숙을 만들었다. 각계 최고 인재를 모아 자유롭게 공부하도록 했는데 청소만 의무였다. 모든 학생이 아침 6시부터 30분 동안 정경숙 전체를 청소했다. 일본은 초등학교 때부터 의무적으로 청소를 시킨다. “청소는 모든 것의 출발이다.” 이런 청소 문화에 큰 영향을 받은 인물이 박태준이다. 포항제철 건설 때 그가 내세운 첫 철칙이 공사장 청소와 정돈, 그리고 목욕이었다. 효과가 컸다고 한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 응원단의 청소 모습이 화제를 모았다. 마지막까지 남아 경기장을 청소했다. 선수들도 사용한 로커룸을 말끔히 청소하고 ‘감사하다’는 메모와 함께 접은 종이학까지 남겨놓고 떠났다.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반복되는 일인데도 늘 화제를 모은다. 다른 나라 사람에겐 별난 일이기 때문이다.
▶더럽다는 뜻의 ‘게가레(穢れ)’는 일본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라고 한다. 건국 신화에서 ‘불결’은 죽음과 악을 상징한다. 시조신(始祖神)부터 ‘게가레’를 씻어내는 목욕 의식을 거쳐 탄생한다. 일본 사람들이 청소할 때 여기까지 생각하지는 않겠지만 일본의 청소 습관은 이런 신화가 토속 종교를 통해 일상생활에 뿌리를 내린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남에게 폐 끼치는 행위를 극도로 경계하는 공동체 문화, 항상 남의 시선과 평가에 얽매이는 일본인의 의식 구조도 영향이 크다고 한다. 가히 일본인의 ‘청소 본능’이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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