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견기업 회장의 울음 “자식 같은 사람들 600명 해고해야 해”
섬유 제조·판매 기업인 전방(구 전남방직)을 이끌고 있는 조규옥(72) 회장은 "내년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회사의 존폐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장 폐쇄하던 시절에도 해고는 안 했는데
최저임금 때문에 처음 공장 직원 해고할 판
“경총이 무능하다” 강력 비판
27일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집무실에서 만난 조 회장은 인터뷰 내내 울다가 웃기를 반복했다. 최저임금 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이 새빨개질 때까지 화를 냈고, 임직원 해고를 언급할 때면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3시간가량 이어진 그의 하소연에는 존폐 기로에 선 중견기업의 애환(哀歡)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5일 2018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6.4% 인상한 7530원으로 결정했다. 정부는 30인 미만 소상공인·영세기업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률 평균(7.4%)을 상회하는 임금을 지원한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 2008억원인 전방 같은 중견기업은 어떤 혜택도 없다. 그렇다고 대기업처럼 임금인상분을 수용할 여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의 일괄적인 최저임금 인상에 조 회장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경방·동일방직·방림·SG충방 등 다른 섬유기업들이 줄줄이 해외로 이전했거나 이전을 준비할 때 그는 뚝심 있게 국내 투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최근 5년 동안 1000억원(장부 기준)~2000억원(간접비 포함)을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고 500여명을 충원했다”며 “해외에 나가지 말고 국내에 있으라고 독려했던 정부를 믿고 투자했는데 이렇게 큰 데미지를 볼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해외에 나가지 않고 수익을 맞추려면 늘 빠지기 쉬운 유혹이 감원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전방의 기업문화가 아니다.
조 회장은 “내가 전방 회장을 맡은 2005년부터 13년 동안 공장 현장 근로자를 강제해고한 전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우리 회사에 일단 들어오면 내쫓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옛일을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던 조 회장은 “그때도 감원하지 않았는데,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600여명을 해고할 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3년 동안 343억원의 누적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일부 공장 폐쇄와 수백명의 감원을 검토하는 상황이었는데, 최저임금 문제가 불을 붙인 것이다.
전방은 전체 근로자의 37%가 최저임금을 받는다. 그런데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연쇄적으로 나머지 63%의 근로자 임금도 상승한다. 근근이 버티던 상황에서 최저임금이 적자 폭을 눈덩이처럼 불리는 상황으로 전개하면 최대 600여명까지 감원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조 회장에 따르면 전방 노조는 오히려 "임금을 동결하자"고 제안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연쇄적으로 급여가 올라 일부 동료가 회사를 떠날 바에야 자발적으로 월급을 덜 받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은 강제 규정이라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는 게 오히려 불법이다.
최저임금 협상 과정에서 기업을 대표해 참석한 경총에 대해서는 과격하게 비판했다. 인터뷰 직전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센터에 들렀다 온 조 회장은 병원 영수증과 혈압계를 들고 있었다. “경총 때문에 평생 처음으로 수축기 혈압이 170mmHg에 달했다”는 그는 “기업 입장을 대변하지도 못하는 경총이 너무나도 무능하다”고 지적했다.
탈원전·탈석탄 정책의 후폭풍으로 전기료가 인상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공장 문을 닫겠다”고도 말했다. 전기료(250억원)가 10% 오르면,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는 거다.
기자 앞에서 낡은 신발을 벗어 보이면서 “평생 3만원이 넘는 구두를 신어본 적이 없고, 자녀들에게 나이키 신발 한 번 안 사주면서 경영했다”는 조 회장은 “(지금 해고하지 않으면) 다 죽는데 어떡해”라며 울먹였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어느 중견기업 회장의 울음 “자식 같은 사람들 600명 해고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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