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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반미,반사드 집회 누가 하나했더니...

통진당 사람들, 反美시위대 앞에서 뛴다


      입력 : 2017.11.04 03:14 | 수정 : 2017.11.04 09:28   

오늘 서울도심서 反트럼프 시위… 민중당으로 옷 바꿔입고 '부활'
통진당 세력, 文정부 들어서자 본색… "사드 빼라" "韓美훈련 말라"
트럼프 한국방문 가까워지자 날마다 "오지 말라"며 집회·회견

- 민중당 통해 정치 재개 꿈꿔
김재연·이상규·김선동 등 옛 통진당 세력 대부분, 지난달 창당한 민중당에 참여

2014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강제해산됐던 통합진보당 출신들이 반미(反美)·반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운동을 주도하며 다시 결집하고 있다.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으로 갈라졌던 통진당 인사들이 지난달 민중당을 창당하며 합쳤다. 민중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訪韓) 반대 시위 전면에 나서고 있다. '북한식 사회주의 실현을 목적으로 한다'며 위헌 정당 판정을 받고 해산된 정당이 안보 위기 속에 '반미 운동'으로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일 서울 도심에선 대규모 반미 집회가 열린다. 한국진보연대·민노총 등 220여 개 단체가 결성한 '(NO) 트럼프 공동행동'이 주최한다. 그 단체 리스트에 민중당이 들어 있다. 현역 국회의원을 가진 원내 정당으로 유일하게 참여했다. 민중당은 지난 2일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주권과 한국민의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한 전쟁 막말에 대해 사죄하고, 한국에서 평화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라"고 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10m 떨어진 곳이다. 이들은 "한국에 와서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선동질을 계속하면 한국 민중의 화염과 같은 뜨거운 분노를 맛보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訪韓)을 반대하는 불법 기습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이날 한국진보연대 등 반미 성향 단체 소속 대학생 25명은 국회 본관 계단에서 ‘트럼프 방한 반대’ 구호를 외치며 연좌시위를 벌였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訪韓)을 반대하는 불법 기습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이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이날 한국진보연대 등 반미 성향 단체 소속 대학생 25명은 국회 본관 계단에서 트럼프 방한 반대구호를 외치며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덕훈 기자

민중당은 통진당 출신이 주축이다. 민중당 소속 김종훈 의원과 윤종오 의원은 모두 통진당 출신이다. 공동상임대표인 김창한 전 민중연합당 대표 역시 통진당 노동위원장을 지냈으며, 아내는 유선희 전 통진당 최고위원이다. 김재연·오병윤·이상규·김미희 등 강제해산 전까지 통진당 주류 세력으로 활동했던 전직 의원들 대부분이 민중당에 동참했다. 이들은 내란선동 혐의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통진당 출신 인사들의 최근 정치 활동은 '반미 집회'가 주요 무대다. 지난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북핵(北核)으로 안보 위기가 닥친 상황에서, 사드 배치 반대 운동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을 주장했다. 특히 오는 7~8일 트럼프의 방한이 임박하면서 이들은 더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미 시위 현장에서 존재감 키워

민중당은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주 소성리를 전쟁 기지로 만든 트럼프의 방한과 국회 연설을 반대한다""트럼프와 국회는 고통받는 소성리 주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루 전엔 미국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트럼프 방한이 촛불 민심에 반하는 배신 행위이고, 문재인 대통령은 대미 추종 관계를 개선하라"고 했다. 민중당은 거의 매일같이 집회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중당 공식 페이스북을 보면, 지난달 15일 출범 후 20일 동안 반미 집회나 기자회견을 한 날이 15일에 이른다.

지난달 한·미 연합 해상 훈련이 열렸을 땐, 최나영 민중당 서울시당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범을 떠올리게 한다. 한반도 전역에 전쟁을 일으킬 인물"이라고 했다. 지난 8월엔 민중당 전신인 민중연합당이 200여 단체와 함께 '8·15 범국민평화행동 추진 위원회'를 결성해 미 대사관 앞에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인간 띠 잇기 시위'를 벌였다. 이때도 민중연합당 깃발 수십 개가 시위대 선두에 섰다.

통진당 출신은 반사드 운동에도 전면에 나섰다. 지난 5월 대선에서 민중연합당 후보로 나선 김선동 전 통진당 의원은 선거 운동 기간에 두 차례 경북 성주를 방문해 사드 반대 시위 중인 주민들을 독려했다. 지난 6월 미국 대사관을 포위한 사드 배치 반대 시위 현장에선 김종훈 의원이 연단에 올라 "(미국이) ·미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겁박하고 예속한다면 동맹은 파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석기 석방 등 요구하며 재결집

민중당은 반미 운동 중에 집요하게 요구하는 사안이 있다. 2015년 내란선동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전 의원의 석방이다. 지난해 말 촛불 시위 현장에서 통진당 출신들은 이 전 의원 석방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걸었다. 민중당 인사 등은 지난 8월부터 청와대 앞에서 "이 전 의원 등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며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통진당 해산 3년이 되는 오는 1219일까지 계속할 계획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이 전 의원 성탄절 특별사면이 거론되고 있다.

해산 판결 후 갈렸던 통진당 인사들이 조직 통합을 하고 있다. 민중당은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을 합쳐 만들었다. 민중연합당은 김재연·이상규·김선동·김미희 전 의원 등 통진당 내 주류 세력인 '경기동부·광주연합' 출신 중심이다. 새민중정당은 통진당 내 비주류 세력이었던 '울산연합' 출신들이 만들었다. 김종훈·윤종오 의원은 지난해 총선에서 각각 울산동·울산북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지난 9월 새민중정당을 창당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통진당 출신들은 당 해산 후 계파별로 독자 노선을 걸어왔으나, 좌파 진영으로부터 지속적으로 통합 요구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김종훈 의원은 지난달 2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원 80%가 새 사람들이다. 심폐소생술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신생아를 낳아 잘 키워 자주와 민주 통일에 헌신할 것"이라고 했다.

통진당 출신 전직 의원들은 대부분 민중당으로 합류했다. 김재연·이상규·오병윤·김미희·김선동 전 의원은 현재
모두 민중당 소속이다. 김재연 전 의원은 지난해 3월 민중연합당에 입당해 의정부에서 총선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6월 의정부 미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를 파행시킨 반미 시위에 참여했다. 이정희 전 통진당 대표는 당 해산 이후 대외적인 정치 활동은 자제해 왔다. 최근에는 책 두 권을 발간하며 조금씩 다시 대중 앞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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