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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민노총처럼 하면 일 주더라"...너도나도 공사장 새벽시위



"민노총처럼 하면 일 주더라"… 너도나도 공사장 새벽시위

조선일보
  • 권선미 기자
    입력 2018.12.28 03:02

    소음으로 민원 들어오게 만들어 "일자리 달라" 건설사 압박 전략
    잠 설치는 인근 주민들만 고통

    27일 오전 5시 30분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오피스텔 공사장 입구에 민주연합 건설노조 서울지부 조합원 40여명이 모였다. 곧 '단결 투쟁' 문구가 적힌 방송차가 도착해 민중가요를 틀었다. 김광협 서울지부장은 마이크를 잡고 "○○건설이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해 노동자들을 이간질하고 있다"고 외쳤다. 조합원들은 공사장 입구를 막고 출근하는 근로자 신분증 검사를 했다. 대형 트럭이 들어갈 때면 외국인 근로자가 타고 있는지 차량 수색을 했다. 결국 외국인 근로자 1명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27일 오전 6시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오피스텔 공사장 앞에서 민주연합 건설노조 서울지부 조합원 40여명이 모여 집회를 하고 있다.
    27일 오전 6시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오피스텔 공사장 앞에서 민주연합 건설노조 서울지부 조합원 40여명이 모여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외국인 노동자 대신 조합원을 고용하라”고 요구했다. /서유근 기자
    민주연합 건설노조는 올해 6월 결성됐다. 조합원은 1700여명으로 민노총 건설노조(3만여명)와 한국노총 건설노조(3000명)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민노총에서 민주연합으로 옮겼다는 한 조합원은 "민노총에 있을 때는 집회에만 끌려다녔다. 정당하게 일하려고 노조를 옮겼다"고 했다. 민주연합 건설노조는 지난 21일부터 이날까지 가산동 공사장에서 총 6번 집회를 열었다. 민노총 건설노조가 일감을 따내기 위해 벌여온 공사장 앞 불법 집회와 똑같은 방식이다. 새벽 집회를 열어 주민들이 건설사에 민원을 제기하면, 건설사가 어쩔 수 없이 노조 요구를 들어주게 한다.

    민주연합 측은 "민노총이 새벽 집회로 일자리를 다 가져간다"며 "우리같이 작은 노조가 생존권을 사수하려면 같은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민주연합 관계자는 "우린 규모가 작아 건설사가 민노총만 상대하고 우리는 만나주지 않는다"며 "건설 현장에서 민주연합이 일을 잘한다는 소리를 듣지만, 민노총 때문에 일자리를 얻을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민노총이 새벽 집회로 건설사를 압박해 공사 현장마다 민노총 노조원을 고용하자 한국노총과 민주연합도 가세하는 것이다.

    이 집회 현장 옆엔 15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있다. 매일 새벽 5시 30분부터 오전 8시쯤 끝나는 집회 소음 때문에 잠을 설친다는 주민 민원이 경찰에 쏟아지고 있다.

    김광협 서울지부장은 "이번 집회가 여론의 힘을 얻지 못하면 우리 조합원은 살아갈 길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은 "크리스마스에도 새벽부터 민중가요를 틀고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쉴 수가 없다"고 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현장 일자리는 세력이 큰 노조가 자기보다 힘없는 노동자들을 밀어내고 일자리를 차지한다"며 "상대적으로 힘없는 노조가 밀려나며 (대형 노조와)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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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8/20181228001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