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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천안함 배지'에 지갑 여는 청춘들



'천안함 배지'에 지갑 여는 청춘들

조선일보
  • 김은중 기자
    입력 2019.03.12 03:01

    희생된 젊은 장병들 적극 추모… 9주년 배지, 2000개 넘게 팔려

    '천안함 배지'

    대전에서 자동차 영업 사원으로 일하는 전준영(32) 천안함 예비역 전우회장은 요즘 퇴근 후 매일 새벽까지 택배 상자를 포장하고 있다. 오는 26일 천안함 폭침 9주기를 앞두고 희생 장병을 그리는 기념 배지〈사진〉를 제작했는데, 한 달간 700명이 2000개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500개만 만들었다. 전씨는 "급하게 더 만들고 있다"며 "제작비·배송비로 3000원을 받는데, 이렇게 신청이 많을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전씨는 2010년 3월 26일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에서 갑판병으로 복무했다. 함께 근무했던 승조원 46명이 전사했다. 전씨가 만든 배지에는 '46+1'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전사한 46명과 구조 활동 도중 순직한 한준호 준위를 상징한다. 전씨는 "많은 사람이 천안함 사건을 잊지 않길 바라고, 일상에서 최선을 다하는 생존 전우들에게도 힘이 되고 싶어 배지를 만들었다"고 했다. 전씨는 올 초에도 사비로 천안함 관련 차량 스티커 2종, 총 4000장을 제작해 무료로 나눠줬다.

    천안함 추념 상품이 인기다. 처음에는 천안함 피해자가 만들어 배포했는데, 이제는 일반인들이 돈을 주고 산다. 기념품을 사는 사람들은 "북한의 도발과 이를 막다가 희생된 군인들을 잊지 말자"고 했다.

    충북 옥천고 3학년 김윤수(19)군은 이달 초부터 온라인 쇼핑몰에서 천안함 희생 장병을 추모하는 반소매 티셔츠를 팔고 있다. 남색 티셔츠 앞에는 천안함 함명(艦名)인 'PCC-772'와 함께 'NEVER FORGET(절대 잊지 말자)'이라는 영문이 새겨져 있다. 김군은 "2017년 천안함 전사자 묘역에 갔다가 숨진 아버지 사진을 보는 아이를 보고 무언가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9년 전 서해에서 영해 수호를 위해 청춘을 바친 이들을 기억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념품을 만들게 됐다"고 했다. 김군은 지난해에도 천안함 티셔츠를 기획·판매해 천안함재단에 100만원을 기부했다.

    지난 2017년 제2 연
    평해전 전사자 고(故) 한상국 상사의 아내 김한나(45)씨가 제작한 '연평해전 스티커'가 이런 기념품의 원조로 꼽힌다. 김씨는 당시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을 생각하는 물건을 일상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며 차량 부착용 스티커 1000장을 제작해 배포했다. 그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추모하는 문화가 생활 속에 배어 있는 미국 사회가 부러웠다"고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12/201903120028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