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이재명, 민주당의 황혼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21-10-06 03:00수정 2021-10-06 03:03
밑바닥서 ‘오징어게임’ 거쳐 올라온
생계형 좌파, 본래 좌파와 달라
원대한 이념보다 탐욕 두드러져
이재명으로 민주당 수명 다한 듯
송평인 논설위원
경기 성남 분당의 한 교회를 10년 넘게 다닌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선에 도전하던 2014년의 어느 일요일이었다. 목사가 예배 시간에 이 지사의 성남시장 재선 출마 소식을 광고했다. ‘이 지사가 이 교회를 다닌다’고 해서 한 번 놀랐고, ‘이 지사가 (어느 교회든) 교회를 다닌다’고 해서 또 한 번 놀랐다.
2016년 ‘혜경궁 김씨’의 댓글이 SNS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지사와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잠재적 대권후보로 경쟁할 때다. ‘혜경궁 김씨’는 문 대통령을 향해 ‘한국말도 통역이 필요한 문어벙’ 등의 거친 말을 쏟아냈다. 이 지사 측은 ‘혜경궁 김씨’는 부인 김혜경 씨가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곧 댓글을 쓴 아이디와 똑같은 아이디가 우리 교회의 인터넷 게시판에서 발견됐는데 아이디의 주인이 김혜경 씨였다.
이 지사를 교회에서 본 적은 없다. 큰 교회니까 못 볼 수 있다. 그래서 다른 교인들에게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물어봤지만 봤다는 사람을 못 봤다. 목사는 몇 주 전 일요일에 이 지사가 우리 교회 교인이 아니라고 밝혔다. 과거 김혜경 씨가 남편의 선거운동에 이용하기 위해 등록만 해준 것이 아닐까 싶다.
목사가 7년이 지나 이 지사의 교인 여부를 확인해준 것은 형수 욕설 녹음파일이 영향을 미친 듯하다. 형수에게 악감정이 있더라도 처음에는 조곤조곤 얘기해 보려 시도하다가 참기 힘들면 목소리를 높이는 게 보통이다. 그의 말은 다짜고짜 옮기기도 거북한 쌍욕으로 시작한다. 같은 교회에 다닌다는 사실 아닌 사실에 교인들이 큰 자괴심을 느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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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는 소년노동자로 시작해 검정고시로 대학에 들어가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성남시장을 거쳐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생계형 좌파라는 게 있다. 이들에게는 본래 좌파가 지닌 원대한 이념이 없다. 너무 원대해서 우파로부터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그런 이념 말이다. 생계형 좌파는 눈앞의 이익이 있으면 놓치지 않는다. 처음에는 먹고살기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을지 몰라도 웬만큼 먹고살게 된 다음에도 관성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더 얻기를 추구한다.
이 지사와 그 주변 세력에서 언뜻언뜻 느껴지는 낯선 행태는 밑바닥으로부터 ‘오징어게임’식의 생존투쟁을 통해 단계를 밟고 올라온 사람들의 치열함과 무관치 않다. 그 치열함이 윤리적으로 가다듬어진다면 더없이 좋은 성품으로 승화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웹툰에 상투적으로 등장하는 무자비하고 탐욕적인 캐릭터가 된다.
이 지사가 2016년 ‘정부가 매년 성남시 돈 1051억 원을 빼앗아 가려 한다’고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1051억 원의 교부금은 분당과 판교 덕분에 부자 도시가 된 성남시는 더 이상 받을 필요가 없고 대신 경기도내 가난한 시군으로 가야 할 돈이었다. 이 지사는 이마저도 빼앗기지 않겠다고 단식에 들어갔다. 난 그의 스크루지처럼 탐욕스러운 단식을 비판하는 칼럼을 썼다가 그로부터 ‘기레기’ 공격을 당했다. 당시 민주당 지도부가 나서 무모한 단식이라고 여기고 말렸으니 망정이지 그대로 뒀으면 아무도 동조하지 않는 단식을 중단하지도 못하고 큰 곤란을 겪었을 것이다.
음대 성악과를 나와 건설현장에서 ‘힘’쓰는 친척 동생이 있다. 덩치가 커 성량은 좋았으나 성악으로 먹고살기는 어려웠던 모양이다. 민노총을 위해 경쟁업체를 밀어내는 역할을 했다고 들었는데 얼마 전 만나니 한국노총으로 옮겨 비슷한 일을 한다고 한다. ‘대장동 게이트’의 유동규를 보니 그도 음대 성악과 출신으로 덩치가 좋다. 건설업체 운전기사 명목으로 그 바닥에 들어간 모양이다. 2010년경 분당 리모델링 조합장을 할 때 성남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변호사 이재명을 만난 이후 측근이 됐다고 한다.
이 지사 주변에는 경기동부연합의 떨거지들, 건설업체의 삐끼들에 조폭까지 맴돌고 있다. 이익이 될 만한 것의 냄새를 맡는 데는 귀신같고, 한번 냄새를 맡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취하려 하고, 취한 이익을 어떻게 숨겨놓아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당이 생계형 좌파에 권력을 넘겨주려 한다. 저 정당도 수명이 다했다는 느낌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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