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인권 외치던 그들, 권력이 되자 여성에 性갑질"
- 입력 : 2018.03.09 03:03
[문화계·정계 미투 가해자, 왜 좌파진영에서 줄잇나]
열성팬·동지였던 여성들… '저항 못할' 상대에게 성범죄 분노
과거 운동권, 남성 중심 위계질서
좌파들 가부장적 의식에 갇혀 성추행도 사소한 일탈로 치부
대의·조직 위해 개인 인내 강요
고은·박재동·이윤택·안희정·정봉주…. 문화 예술계에서 시작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의 가해자로 지목된 인물 중에는 공교롭게도 여권 인사가 많다. 민족 문학계 대표 원로 시인부터 정의구현사제단 신부, 386세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과 인권 운동가까지 여권 실세이거나 현 정권을 세우는 데 기여한 인물이다.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의 화살이 이른바 좌파 인사들을 향해 무더기로 날아들자 더불어민주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방송인 김어준이 열흘 전 "진보 인사들이 미투의 타깃이 될 것"이라며 '공작' 운운한 것도 여권 속사정에 밝은 그가 앞으로 미칠 파장을 염려했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말로만 性 평등, 실체는 가부장
성폭력에 좌우(左右)란 없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한 현 정권 아래서 미투 가해자가 속출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성추문을 폭로한 여성들이 가해자의 지지자 또는 열성 팬이었거나, 다양한 형태의 진보 그룹을 이뤄 활동했던 '동지'였다는 사실을 주목한다. 정의·평등·인권을 부르짖던 사람이 정작 추종자들의 인권은 짓밟는 데 대한 배반감이 수면 위로 분출했다는 것이다.
가해자 대부분이 그 분야의 '절대 권력'이었다는 사실도 눈에 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권력형 성 비위는 폭력이나 협박 없이도 희생자를 정신적으로 착취한다"면서 "대의명분이나 조직을 위해 개인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세뇌하는 집단 분위기 때문이며 이것은 일종의 이단(異端)과도 같다"고 말했다.
◇'마초 투사'들의 왜곡된 여성 인식
여권 인사들의 잇따른 성추문 뿌리가 한국 운동권 핵심 세력 특유의 남성 중심 위계질서와 선민의식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 수행 비서에게 "괘념치 말라, 잊어라" 한 안희정 전 지사의 태도는 '내가 옳으니 나를 따르라'는 선민의식의 대표적 예다. 독재 정권에 온몸으로 맞섰지만, 가부장적 여성 의식에서만큼은 벗어나지 못한 '마초 투사'들이었다는 것도 성 추문 부메랑을 불렀다. 여성학자 권인숙의 저서 '대한민국은 군대다'에는 서클 남학생들의 팬티와 양말을 빨아주고, 하이힐을 신고 왔다가 '네가 운동하는 년이냐'는 욕을 들었던 수모, 서클룸에서 잠들었다가 강간당할 뻔했던 악몽을 털어놓은 80년대 여성 운동가들이 등장한다.
서강대 학생운동권에서 활동했던 50대 남성 직장인은 "크고 작은 성범죄가 일어났지만 사소한 일탈로 여겨 조직을 위해 덮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86학번이자 한때 사회운동에 투신했던 조주은 국회 입법조사관은 "일부 좌파 남성은 여성해방 문제를 자기들 전유물로 여기면서도 순결 이데올로기를 거부하는 페미니즘의 특성을 악용해 같은 진영 여성들을 성적으로 착취한 측면이 있다"면서 "현실 권력이 되고도 그 악행을 지속해온 인사들에 대한 분노가 미투 열풍의 한 축을 이룬다"고 했다.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여성도 "이런 파렴치한 사람에게 (서울시장이라는) 큰일을 맡길 수 없었다"고 했다. 정치철학자 김주성 전 한국교원대 총장은 "남성 갑(甲)질이 빈번했던 좌파 문화를 참고 견뎌온 여성들이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외침이 터져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투는 좌파의 새로운 저항운동"
미투를 좌파 내부 문제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는 "무명에 가까운 여배우들의 폭로는 큰 권력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미시 권력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박성희 교수는 "미투는 여성 인권 문제라기보다 신(神) 또는 절대 권력에서 독립하려는 개인의 발견이란 측면이 크다"고 했다. 서울대 전상인 교수는 "어느 분야든 권력을 얻으면 거기 도취해 자기 절제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미투를 통해 사회 곳곳에 만연했던 갑을(甲乙) 관계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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